지하철 노선도가 바뀐다.. 신림선·신분당선 개통 첫차에 승객들 환호

이종현 기자 2022. 5. 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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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28일 오전 5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관악산역.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승강장에는 백여 명의 승객들로 왁자지껄했다. 첫차가 들어오기도 전에 스크린도어 앞은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이날은 관악구 신림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잇는 신림선이 개통하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신림선 첫차를 타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관악산역을 찾았다. 승객들은 난생 처음 은하철도를 타는 철이라도 된 마냥 스마트폰으로 승강장 내부와 서로의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이날 첫차를 타기 위해 온 승객들은 신림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대문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첫차를 타러 온 최유빈(20)씨는 “신림선이 오늘 개통된다고 해서 신기해서 친구들과 첫차를 타러 왔다”며 “개통되는 지하철도의 첫차를 타는 것은 처음인데 무척 기대된다”고 전했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아버지 이모(39)씨와 그의 아들 이모(8)군은 “아들이 전철을 좋아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신림선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더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관악산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71)씨는 “인근 주민으로서 기분이 새롭다”며 “그간 신림동은 지하철이 없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불편했는데, 신림선 덕에 서울 시내 이동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지하철 내 혼잡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이재인(29)씨는 “경전철 내부가 좁아서 출근 시간에는 혼잡할 것 같다”며 “특히 운행 초반에는 사람들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해 지하철 혼잡도도 그만큼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실제 신림선 도시철도에 투입되는 경전철이 1편성(1대)에 3량뿐인 작은 크기다. 이마저도 객실 폭이 2.4m에 불과해 일반 지하철 열차 객실 폭의 3.4m과 비교하면 1m 정도 차이가 난다.

28일 오전 신림선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오전 5시 30분. 경쾌한 안내 방송이 나오며 배차돼 있던 신림선 첫차의 스크린도어가 열렸다. 승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와~”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열차 안으로 우르르 돌진했다. 이후 열차 이동이 시작되자 또다시 함성 소리가 터졌다. 대다수 승객은 앉아있기보다 일어서서 전철 내부, 노선도, 창밖 터널 등 이곳저곳을 촬영했다. 몇몇 승객은 1호차 머리 부분에 몰려 터널 전면을 영상으로 남겼다.

2호선을 갈아탈 수 있는 신림역에 도착하자 일부 승객이 내리고 탔다. 신림선을 타기 위해 경기도에서 찾은 승객도 있었다. 철도대학에 재학 중인 구현모(21)씨는 ‘한국철도대학’이라고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신림선을 체험해 보는 게 대학 과제”라며 “새로 지어진 지하철을 타는 게 새롭고 또 새 열차라 내부가 확실히 깨끗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민들도 신림선 개통에 기대하기 마찬가지였다. 이날 관악산에 가기 위해 샛강역에서 만난 여의도에 거주하는 조동환(67)씨는 “관악산을 갈 겸 신림선이 개통돼 답사하러 왔다”며 “이전에는 버스를 두 번 갈아 타고 한 50분 정도 가야지 관악산에 도착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신림선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날 관악산역에서 승객 안전 관리를 담당하던 김진룡(33) 신림선 도시철도 안전순찰요원은 “이전에는 신림에서 샛강까지 최대 45분 정도 걸렸는데 신림선 개통으로 이동 시간이 16분으로 단축됐다”며 “신림선에 대한 승객들의 기대가 큰 만큼 차질 없이 신림선이 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신림선 경전철은 승강장 내 상주 직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안전순찰요원이 승강장을 오가면 승객의 안전을 살피고 있었다.

28일 오전 '철덕'(철도덕후)들이 신분당선 철도 내부를 촬영하고 있다. /김민소 기자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신분당선 강남역 승강장에도 열차를 타러 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운행 구간이 강남역에서 신사역까지 2.53km 연장된 신분당선 연장 개통 첫차를 타러 온 사람들이다.

‘1-1′이라고 적힌 맨 앞 승강장에는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도 서넛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철덕(철도덕후)’이라고 소개했다. 5시 47분 첫 열차가 도착하자 몇몇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서로서로 인증샷을 찍어주기도 했다. ‘철도덕후’들은 열차의 가장 앞쪽 자리에 서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철도와 터널 내부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첫차 운행이 시작되자 그들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강남에 사는 엄시우(12)씨는 “평소에 ‘철도마니아’라고 불릴 만큼 철도에 관심이 많아서 개통 후 첫 운행은 꼭 타고 싶었다”며 “신사역까지 돌아온 후 신논현역으로 다시 돌아가 신림선까지 타는 게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례에서 온 임모(19)씨도 “철도를 좋아해 개통되는 열차는 꼭 타보는 편인데 (신분당선) 연장선 첫 운행 날 첫차를 타게 되어 너무 기대된다”고 했다.

오전 9시쯤 신사역 승강장에는 연장된 신분당선을 이용한 승객들이 우르르 내리고 있었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열차를 함께 탄 사람들과 탑승 후기를 나누기도, ‘신사’라고 적힌 크게 적힌 벽면 다가가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신분당선 연장 구간을 이용한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동시간이 단축돼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대 3650원에 달하는 운임이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다. 판교에 사는 임모(29)씨는 “강남에서 신사가 되게 가까운 거리인데 막상 가려면 판교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내려서 한참을 걸어가 버스를 타야 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 노선이 연장돼서 신사까지도 금방 갈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신분당선을 타면 강남에서 신사까지 4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반면 김모(38)씨는 “직장이 신사에 있어서 연장된 신분당선을 애용하겠지만, 요금이 3500원을 넘어가니깐 한 달이면 거의 20만원 돈이라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는 동천역에서 신사역까지 신분당선을 타면 27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운임은 3450원이다. 신분당선 시작점인 광교에서 출발할 경우 운임은 조금 더 비싸진다. 광교에서 신사까지 신분당선을 타고 이동할 경우 소요시간은 42분이지만, 운임은 3650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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