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게 일하고파" 김은혜 눈물에 캠프도 놀랐다[르포]
헤어·메이크업도 사치..'셀프 수정'이 일상
'엄마 리더십' 강조..연설 도중 울컥하기도
'원팀' 강조하는 與, '86 용퇴'로 분열한 野
[안산·화성=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좋아하는 커피도 하루 한 잔으로 줄였다. 경기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지옥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목소리가 갈라질 대로 갈라진 탓. 27일 오전 10시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도금단지를 방문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유세 차량 안에는 도라지청과 모과차 등 목소리를 쥐어짜기 위한 각종 마실거리가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선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안산 동명삼거리에서 유세차에 오르자 근방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영찬(61)씨는 “김은혜가 잘할 것 같다. 똑부러지지 않나”고 했다. “민주당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 너무 무시하고 횡포를 부리더라”는 그에게 사례를 한 가지만 들어 달라고 하자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상인도 끼어들었다. “이 양반은 원래부터 2번(보수당)이었어. 난 1번(진보당)이지.” 이번에도 민주당을 뽑을 것이냐고 묻자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다른 시민도 “국민의힘에서 이렇게 많이 와서 유세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기 좋다”며 환영했다.
오후에 화성소방서에서 김 후보와 ‘인증샷’을 찍고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는 구내식당 조리사 이정숙(66)씨는 “남편이 김은혜 팬이라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오라더라. 내일 가서 사전투표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방서 앞 유세현장에서도 한 여성 지지자가 “제 이름도 김은혜다. 너무 팬이다”라며 사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화성소방서 앞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하는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난달 공약으로 내건 ‘24시간 어린이병원 설립’과 ‘무상 아침급식’을 거론하며 김 후보는 “어머니 마음이 찢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당부했다. “투표로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 주십시오…”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자 캠프 관계자들도 웅성이기 시작했다. “유세 때 눈시울을 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지지자들은 울먹이는 김 후보를 향해 “멋있다”며 호응했다. 김 후보 대변인은 “일하고 싶다는 부분에서 처절함이 밀려와서 울컥했다고 한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김 후보는 이날 김동연 후보의 ‘옛 동지’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기아자동차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공약에서 저와 많이 일치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조 의원은 김동연 후보가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함께 일하며 그를 도왔지만 이견으로 결별한 바 있다. 몇 시간 뒤 조 의원도 “서로 다른 당적은 장벽이 되지 않는다”며 화답했다.
한편 김 후보는 국민의힘 출마자들과의 원팀 행보를 과시했다. 오전 11시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갑 후보가 안산을 찾아 김 후보와 합동 유세에 나섰다. 오후 7시30분 성남에서는 신상진 국민의힘 성남시장 후보까지 합류해 ‘안심해(안철수·신상진·김은혜) 트리오’로 뭉쳤다.
경기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원팀을 강조하는 사이 공교롭게도 민주당에선 지도부가 분열했다. ‘86 용퇴’ 논란 끝에 박지현·윤호중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갈라서면서다. 김 후보는 이에 “20대 여성을 미래 정치를 할 수 있는 동반자라며 옳은 말을 해 달라고 영입했다가 정작 옳은 말을 하니 책상을 내려치는 폭력을 휘둘렀다”며 “민주당이 내로남불적 구태에 분노한다”고 직격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