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헤럴드경제

바이든 만난 韓日..더 치열해진 반도체 '나노전쟁' [비즈360]

입력 2022. 05. 28. 12:01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미, 미-일 간 반도체 동맹 강화
한국, 일본·대만과 협력보다는 경쟁
각국 이해관계에 따른 '동상이몽'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초미세공정 경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3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반도체 동맹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한-미, 미-일 간 ‘밀월’의 미묘한 역학 관계가 치열한 ‘나노전쟁’에도 영향을 미쳐 긴장감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손을 잡고 대만의 투자도 이끌어내는 가운데 일본 역시 미국 기업들과 협업하고 대만 TSMC의 시설 투자를 전폭 지원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대만과는 외교적 문제, 시장 경쟁 등으로 협력이 덜한 상황이다.

28일 백악관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 기술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생산, 다각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공급 부족 대응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채택한 ‘미일 상무·산업 파트너십(JUCIP)’의 반도체 협력 기본 원칙에 따라 2㎚(1㎚=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 차세대 반도체 R&D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일 상무장관 회담을 언급하며 2㎚ 반도체 개발에 도쿄일렉트론, 캐논 등 장비업체들과 인텔, IBM 등 미국 기업들의 협력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거 일본은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한국과 대만 등에 밀려난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 기반이 되는 소재·부품·장비 등에 강점을 갖고 있어 미국, 대만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일본 키옥시아와 공동으로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을 완공하고 연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일본 소니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팹(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투입 비용 중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TSMC의 R&D 센터 건설도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도 TSMC와 소니의 공동자회사에 출자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연합]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한미 기술동맹 강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공동성명에서도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보호 및 진흥을 위한 민관협력과 정례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를 합의했다.

양 정상이 삼성전자 방문 행사에서 사인한 3㎚ 공정 반도체 웨이퍼는 한미 기술동맹의 상징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착공이 예정돼 있고 SK하이닉스도 미국 R&D 센터 건설을 추진한다. 한국은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은 생산기지와 안정적 공급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협력이다. 이번 방한에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동행했는데, 구체적인 협력 등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가 최초로 양산한 3㎚ 초미세공정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소부장에 강점이 있는 일본이 미국, 대만과 협력하는 동안 한국은 일본과 외교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대만 TSMC는 넘어야 할 산이다.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소재산업 육성의 계기가 됐지만 한-일, 한-대만 반도체 산업은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다. 대만은 외교적·정치적 문제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대만과 함께 이른바 ‘칩4(CHIP4)’를 형성하며 4개국 기술동맹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고자 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동상이몽’은 협력의 고리를 조금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

4개국은 오히려 2㎚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세계 최초 3㎚ 공정 양산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2㎚ 공정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발 앞선 3㎚ 양산에 위기의식을 느낀 TSMC는 1.4㎚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2㎚ 양산 타임라인도 삼성전자와 같은 2025년이다. IBM은 세계 최초 2㎚ 칩을 선보였고 인텔은 각각 2024년 상·하반기 2㎚와 1.8㎚ 공정 양산을 계획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격동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는 향후 5년 간 반도체 등에 450조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육성을 위해 고성능 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3㎚ 이상 제품 조기 양산을 중심으로 미래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인수합병(M&A)를 통한 성장도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24조664억원(1분기말)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 450조원 가운데엔 M&A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다만 M&A는 국가 간 반독점 이슈와 가격 문제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gmoon@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