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文대통령 훼방 도 넘다' "표현 객관적 근거없어" 제재

박서연 기자 입력 2022. 5.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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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위, 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판 발언 기사 제목 과장 보도에 '주의'
"선입견 편견에 따라 지나친 과장·왜곡됐다는 의심 살 소지 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 용산 집무실 이전 비판을 '훼방'이라고 제목을 달아 보도한 조선일보에 주의 제재가 결정됐다. 훼방은 남을 헐뜯어 비방한다는 뜻이다.

신문사들의 자율규제 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신문윤리위·위원장 김소영 김앤장 변호사, 전 대법관)는 지난달 30일자 조선일보 1면 '文(문) 대통령의 훼방, 도를 넘다' 제목의 기사에 문제가 있다며 '주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목의 원칙'을 보면 제목은 기사의 요약된 내용이나 핵심 내용을 대표해야 하며 기사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2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난달 30일자 조선일보 1면.

지난달 30일자 1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퇴임을 열흘 앞두고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문 대통령은 최근 손석희씨와 대담에서도 집무실 이전에 대해 '별로 마땅하지 않다. 정말 위험하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퇴임 직전의 대통령이 후임자를 직접적, 반복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뒤 “인수위는 문 대통령의 비판에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켜달라'고 대응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며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안보 공백'을 이유로 들어 반대하다 윤 당선인과 직접 만난 뒤 뒤늦게 예산을 처리해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1일 조선일보도 '청와대 이전 공감해도 국민 의견 안 들은 건 유감이다' 사설에서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라며 “청와대 시설 배치와 운영 방식엔 수십 년에 걸친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그것을 일시에 허물고 새로운 장소로 옮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21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와 관련 신문윤리위는 “이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며 “편집자는 이에 큰 제목을 '文(문) 대통령의 훼방, 도를 넘다'로 달았다”며 “하지만 '훼방'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헐뜯어 비방하거나 남의 일을 방해하는 것'으로 기사 중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에 '훼방'을 놓았다는 객관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문윤리위는 이어 “문대통령의 발언은 새 대통령 취임식을 불과 1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집무실 이전 작업은 이미 마무리에 접어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사 중 문대통령의 발언을 '훼방'으로 해석한 부분도 없으며, '도를 넘다'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자의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끝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에 있어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하지만 위와 같은 제목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지나치게 과장·왜곡됐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크며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윤리위 위원은 총 13명이다. 황진선 독자불만처리위원,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장실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장, 이재성 한겨레 경제에디터,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하윤수 부산교육대 교수, 정선구 중앙일보 광고사업총괄 상무, 하영춘 한경닷컴 대표, 김영 한국문인협회 이사,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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