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쏜 미사일 접근하면 "펑".. 군함 지키는 국산 요격무기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입력 2022. 5. 29. 06:01 수정 2022. 5. 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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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함대공미사일 해궁이 함정에서 발사돼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모스크바 쇼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러시아 순양함 모스크바함 침몰은 미사일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1만t급 순양함인 모스크바함은 1967년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 고속정이 쏜 미사일에 피격된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러트함,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군 미사일 공격으로 침몰한 영국 구축함 셰필드함보다 더 큰 군함이자 흑해함대 기함이었다.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모스크바함이 작은 미사일을 막지 못해 침몰하면서 대함미사일로부터 함정을 지킬 수 있는 함대공미사일의 필요성이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한국도 2018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해궁 함대공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다. 해군 차기호위함과 상륙함 등에 탑재돼 적 항공기와 대함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함정을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초음속 대함미사일 확산과 경쟁 기종의 성능개량 등에 대응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20㎞ 떨어진 미사일 격추 가능

한국 해군은 SM-2, 시 스패로 함대공미사일과 팰렁스, 골키퍼 근접방어체계(CIWS)를 통해 함정에 접근하는 적 항공기나 대함미사일 위협을 저지해왔다.
국산 함대공미사일 해궁이 수직발사기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함대공미사일과 근접방어체계 간 방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무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응하고자 해군은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RIM-116 램(RAM) 함대공미사일을 도입했다. 사거리는 12㎞로 짧지만 함정을 노리는 미사일 공격을 95% 이상의 명중률로 막아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LIG넥스원 주도로 양산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은 해궁 개발과 양산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2011년부터 1617억원을 투입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해궁은 램 미사일을 대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음속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최대 20㎞ 떨어진 항공기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해궁의 가장 큰 특징은 이중 탐색기다. 표적을 식별해 추적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탐색기는 유도무기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장비다.

해궁은 무선주파수(RF), 열영상(IIR) 탐색기가 함께 장착되어 있다. RF 탐색기는 미사일 앞부분, IIR 탐색기는 미사일 앞쪽 측면에 부착되어 있다.
함정에서 발사된 국산 함대공미사일 해궁이 가상 표적에 명중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RF 탐색기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유도무기에서 쓰이는 장비다. 다만 초저고도로 비행하는 대함미사일을 추적할 때, 파도에 의한 일종의 간섭 현상이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는 IIR 탐색기로 보완을 하게 된다. 차가운 바다 위를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비행하는 미사일은 적외선 열영상장비에 쉽게 포착될 수밖에 없다. RF·IIR 탐색기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북한군이 러시아산 kh-35와 비슷한 신형 대함미사일을 공개해 함정에 대한 공격력을 강화한 상황에서 해궁의 탐지능력은 군함을 보호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해궁에는 또다른 기술이 추가됐다. 근거리 표적탐지용 신관 센서에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밀리미터파 레이더 기술은 적의 전자전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또한 미사일의 탄두부를 근거리에서 정확히 식별해 직접요격(Hit-to-Kill)을 가능하게 한다. 

대함미사일 근방에서 미사일 폭파 후 파편으로 무력화하는 방식은 하푼이나 해성처럼 음속에 미치지 못하는 속도를 지닌 대함미사일은 충분히 요격할 수 있었다. 
미 해군 함정에서 RIM-116 램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파편에 의해 큰 피해를 입어도 관성에 의한 고속비행으로 군함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먼 거리에서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해궁의 발사 플랫폼은 한국형 수직발사기다. 한 셀당 4발이 탑재된다. 기존에는 수입에 의존하던 관성측정기를 자체 개발하는 등 해궁의 국산화율도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해궁은 지난해 12월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과 인근 해역에서 국방기술품질원 주관으로 품질인증사격시험을 두 차례 실시해 성공했다.

품질인증사격시험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충족된 국내 개발 유도무기의 성능이 양산품에서도 동일하게 구현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해군은 해궁의 양산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차기호위함 배치(Batch)-II·Ⅲ, 차기상륙함(LST-II), 차기기뢰부설함(MLS-II)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외국 경쟁 기종 맞설 성능개량 필요

러시아 순양함 모스크바함의 침몰로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유도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해궁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VL 미카 함대공미사일이 하늘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MBDA 제공
해궁과 비슷한 외국 무기로는 한국 해군도 사용하는 미국산 램, 이스라엘산 바락(Barak)-1, 프랑스산 VL 미카(MICA) 등이 있다.

인도 해군이 채택한 바락-1은 소형함정에도 탑재 가능한 수직발사관을 사용해 발사된다. 최대 사거리는 12㎞로 음속의 두 배 속도로 비행한다. 

VL 미카는 공대공미사일이었던 미카를 수직발사관에서 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중동 등지에서 주로 쓰인다. 최대 25㎞ 떨어진 표적을 음속의 세 배 속도로 날아가 요격한다.

현재 기준으로는 해궁이 램, 바락-1보다 성능 측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VL 미카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

문제는 VL 미카의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점이다. 제작사인 유럽 MBDA는 최대 사거리를 40㎞로 연장하고, 탐색기를 최신형으로 교체한 VL 미카 NG 미사일을 2026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성능개량이 성공하면 VL 미카는 미 해군이 쓰고 있는 ESSM 함대공미사일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능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수출정책으로 ESSM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에는 대체제가 될 수도 있다.
바락-8 함대공미사일이 인도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되고 있다. 인도 해군 제공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네이벌뉴스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프랑스에 고윈드급 호위함을 주문하면서 함대공미사일로 미국산 ESSM 블록2를 탑재하기를 원했으나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 거부로 VL 미카 NG로 선회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근접방어체계와 함대공미사일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해궁도 사거리와 비행속도를 높여 요격능력을 강화하는 ‘해궁-Ⅱ’ 성능개량 전략이 구상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성능개량 착수 시점이 2020년대 후반으로 예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VL 미카를 비롯한 외국 무기들이 성능개량을 진행하는 동안 해궁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서거리가 길어지고 속도도 빨라지는 대함미사일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요격무기로서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해궁의 성능개량 사업 착수 시점을 앞당겨 해군 함정을 적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능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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