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진국]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엄마는 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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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활동명) 씨는 근무 햇수가 벌써 40년을 바라보는 중견 소방공무원이다.
그런 나비 씨가, 갑자기 '맞을 사람'이 된다.
그날 나비 씨가 팻말을 들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비 씨의 아들은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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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활동명) 씨는 근무 햇수가 벌써 40년을 바라보는 중견 소방공무원이다. 소방서 안전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엄격하고 단호하게 일한다. 그런 나비 씨가, 갑자기 '맞을 사람'이 된다. 욕을 먹는다. 그의 표현대로 대명천지에, 경찰들이 그렇게 많이 서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때린다. 그날 나비 씨가 팻말을 들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 레오를 위해, '우리 같이 살자'고 외쳤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열린 제1회 퀴어 축제에서.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성 소수자 아들을 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나비 씨의 아들은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다. 비비안 씨의 아들은 동성애자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엄마는 혼란과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투사가 된다.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대낮에 맘 놓고 때릴 수 있는 세상이 이런 거였구나. 이런 세상에서 애들이 살고 있단 말이야?" 나비 씨의 말처럼, 자식이 겪는 혐오와 폭력을 고스란히 겪으면서다.
이런 차별을 내버려 두지 말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사회가 함께 나서 고민해보자고 외치다가 죽음의 문턱 앞에서 돌아온 사람이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46일간 단식한 미류 씨다. 가까스로 열린 첫 국회 공청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으로 진행된 다음 날, 미류 씨는 단식을 중단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하고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쐈던 이번 주지만, 2007년 첫 법안 발의 이후 15년, 무려 5,280여 일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없었을지 모른다.
차별금지법은 '차별하면 처벌하자'는 법이 아니다.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안에도, 이상민 의원 발의안에도 형사 처분 조항이 없다. 종교 행위 역시 규율하지 않는다. 꾸준히 팩트체크 기사 등을 통해 사실을 지적하고 있지만, 덮어놓고 '차별할 자유를 달라'는 이들에게는 닿지 않는 듯 하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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