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RE100 필수됐는데..재생에너지 못구할라 '전전긍긍'

백상경 2022. 5. 30.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발전 효율 낮은 재생에너지
원전 발전량의 4분의 1 불과
전력소비 상위 30개社 사용량
총 재생에너지 생산량 2.4배
RE100 앞서가는 애플·구글
부품사 동참요구에 무역장벽化
韓기업도 속도내지만 역부족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
1년새 2배 급등 기업부담 '쑥'

◆ RE100 이대로는 불가능 ◆

지난해 국내 전력 사용량 상위 30개 기업이 사용한 산업용 전력 102.92TWh(테라와트시)는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기업이 현재 사용하는 전력 기준으로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두 배 이상 늘려야 RE100(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로 100% 전환)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에너지 수급에 초점을 맞춰 원자력발전 확대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RE100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30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상위 30개사의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최근 5년 동안 줄곧 100TWh를 상회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들의 막대한 전력 사용량을 모두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09TWh로 전체 발전량의 7.5%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1년 12.19TWh에 비해 3.5배 늘어났지만 RE100 등 새롭게 정립된 탄소중립 환경을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

국내외 기업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 동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RE100을 선언한 기업은 애플 구글 나이키 BMW 등 371개(올해 5월 기준)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기업 동참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차원에서 사실상 RE100은 피할 수 없는 전제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이나 투자기관 역시 RE100을 비롯한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중요한 잣대로 삼기 시작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우리 기업은 RE100 가입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BMW 등 주요 기업이 핵심 부품 납품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위아가 4월 말 RE100 가입 승인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월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하고 23GWh 규모의 제주지역 풍력·태양광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했다. 롯데칠성음료와 SK그룹 계열사 7곳, KB금융그룹, 미래에셋증권, 고려아연, 한국수자원공사, 아모레퍼시픽 등이 RE100 가입을 마쳤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내년을 목표로 RE100 가입 절차를 진행 중이며 삼성전자도 올해 상반기 내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가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은 원전 중심이다. 기저 전력으로 문재인정부에서 소외받았던 원전을 적극 활용하되 태양광 외에 바이오·풍력·수소·핵융합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에너지 믹스를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원전 관련 계획에 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구상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근 의원은 "안정성과 현실성을 고려한 에너지 수급 구조가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우리 기업들의 RE100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원전을 보완할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기업들의 RE100 전환을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기업의 탄소배출 정보 공시 해외 논의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력 생산을 시급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 등 국제 투자·무역 환경이 기업에 한층 강화된 탈탄소 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우리 기업을 지원사격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행정 절차를 정비하고 기업들이 친환경 전력을 보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 문제 외에도 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산적해 있다. 당장 수년간 하락세를 보였던 재생에너지 REC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REC 월평균 가격은 지난해 7~8월 3만원 이하까지 내려왔다가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2월 5만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전력거래소 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REC 현물시장 가격은 5만2852원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 기준 가격은 5만4300원으로 나타났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REC 가격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적었던 2017년 12만3000원 선에 형성됐지만 이후 태양광을 중심으로 설비 용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2만9000원대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REC 수요를 늘리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지난해 재생에너지 촉진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9%였던 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율을 올해 12.5%로 상향하고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25.0% 등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REC 가격이 오를수록 RE100을 달성하려는 기업들은 더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RPS 수요 증가만으로도 REC 가격이 요동친 상황에서 RE100 기업 수요까지 시장으로 밀려들면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REC는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RE100 REC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거래 플랫폼에서 REC를 구입하고 이를 에너지공단에 제출하면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해 RE100 달성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구조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