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8억 달러 무역적자 예상..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김남준 2022. 5. 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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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체 무역수지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적자를 기록할 거란 국책연구기관 전망이 나왔다. “최근 무역적자는 일시적”이라고 했던 정부 예상을 뒤집는 분석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30일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서 올해 무역수지가 158억 달러(19조7136억원) 적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 예상대로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133억 달러)보다도 적자 폭이 크다. 역대 가장 큰 무역적자를 봤던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 달러)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전망에서는 올해 무역수지가 2021년(293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오히려 소폭 늘어날 것(325억 달러)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예상 수치를 대폭 낮췄다. 공공기관 중 최근 올해 무역수지 전망을 한 것은 산업연구원이 유일하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액(7038억 달러)이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1년 전보다 증가(9.2%)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증가율이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입액(7196억 달러)은 원자재·곡물 등 1차 산품과 중간재 가격 상승으로 1년 전과 비교해 큰 폭(17.0%)으로 늘면서 수출액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 무역수지를 적자로 예상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원자재를 외국에서 들여와 이를 재가공해 되파는 중간재 산업이 많아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1년 단위로 장기간 무역적자를 보지 않는다. 실제 2000년대 들어 한국이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부 경제 충격이 있었던 2008년이 유일하다.

특히 과거 물가 상승세는 주로 유가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에너지는 물론 광물 등 원·부자재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무역수지 악화를 더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김바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과거 2011년에도 국제유가가 급등한 적이 있지만, 최근 같이 유가는 물론 원자재 전반의 가격이 오른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제유가는 하반기에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액 부담을 늘리는 원화 약세 추세도 하반기에 계속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250원 내외로 예상했다.

무역수지뿐 아니라 국내 거시 경제 주요 지표도 대부분 하향 조정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9%로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이번 발표에서 2.6%로 낮췄다. 다만 민간소비(3.2%→3.3%)는 지난 전망보다 소폭 올렸다.

유력 국책기관이 올해 무역적자를 예상하면서, 경상·재정수지 모두 적자를 보는 ‘쌍둥이 적자’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는 수출입은 물론 서비스, 본원소득 수지까지 포함한다. 산업연구원이 예상한 올해 무역적자 폭이 전체 경상수지를 적자로 돌릴 만큼 크지는 않다. 다만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에 좌우되는 경향이 커 무역적자 폭이 하반기에 예상보다 더 커진다면 전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이미 재정수지는 코로나19 지원 대책으로 올해 4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만약 올해 쌍둥이 적자를 본다면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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