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애벌레의 '연금술'..재활용 플라스틱 가격 34%↑

김태현 기자 입력 2022. 5. 31. 10:17 수정 2022. 5. 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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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서동은 리플라 대표, 미생물 분해로 플라스틱 순도 향상
서동은 리플라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연간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플라스틱만 3억5000만톤이 넘는다. 잠실 올림픽수영장 메인풀 970여개를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각국 정부들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도록 강력한 규제를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애물단지인 폐플라스틱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한 스타트업이 있다. 미생물을 이용한 플라스틱 분해를 연구하는 '리플라'다. 2019년 설립한 이 회사는 플라스틱 미생물 분해를 통해 현재 10~20% 수준인 재활용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2%를 위한 플라스틱 미생물 분해
서동은 리플라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순도 때문이다.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연구를 하고 사업화를 진행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낮은 순도'였다"며 "현재 재활용 플라스틱 순도는 잘해야 95~98% 수준"이라고 말했다.

각 플라스틱 소재는 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PE(폴리에틸렌)은 열에 녹기 쉬운 반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열에 강하다. 이 때문에 순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불량이 나기 쉽다. 플라스틱 소재에 열을 주고 성형할 때 뒤틀릴 확률이 높다.

서 대표가 주목한 건 미생물을 이용한 플라스틱 분해다. 현재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해 폐플라스틱을 분류하는 공정은 크게 3단계다. 우선 사람이 직접 눈과 손으로 분류한다. 이후 근적외선 기계으로 한번 더 분류하고 파쇄한다. 그 다음 파쇄된 폐플라스틱은 물에 넣는다. 그리고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을 선별한다. 각 소재마다 서로 다른 밀도를 이용한 것.

그러나 사람이 직접 플라스틱을 분별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근적외선 기계는 칫솔이나 장난감 같은 복합 플라스틱 소재는 분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서 대표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분자 단위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분해할 수 있다"며 "순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도를 99.65%까지 끌어올릴 경우 재활용 플라스틱 단가는 1㎏ 당 1008원이다. 순도 98%인 재활용 플라스틱의 단가가 1㎏ 당 665원인 걸 감안하면 34%의 가격 인상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높아진 순도 덕에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감에 의존하던 플라스틱 순도…측정기로 확실하게
플라스틱 순도를 측정하는 '플라스틱리더'(왼쪽)와 플라스틱리더 시연 장면 /사진제공=리플라
미생물을 이용한 플라스틱 분해는 밀웜 내 미생물을 추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밀웜은 딱정벌레의 일종인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로 고슴도치와 도마뱀 등 소동물의 사료로 주로 쓰인다.

밀웜 소화기관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있다. 리플라는 밀웜으로부터 해당 미생물을 추출해 이를 배양하고 플라스틱 분해하는데 사용한다. 문제는 미생물이 어떤 플라스틱 소재를 잘 분해하는지 오차는 없는지 확인하는데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서 대표는 "플라스틱 미생물 분해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 하에서 실증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폐플라스틱 처리 업체에 플라스틱 미생물 분해시설을 시범 도입하는 것도 2년 뒤인 2024년으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캐시카우로 선택한 건 플라스틱 순도 측정기다. 근적외선분광분석기(NIR)를 이용해 플라스틱의 순도를 측정하는 기계다.

서 대표는 "재활용 플라스틱 활성화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정확한 순도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사출업체 입장에서 순도가 정확하지 않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업체의 말만 믿고 구매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다.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측정기를 통해 순도만 명확히 숫자로 확인되면 사출업체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재활용 플라스틱을 쓸 수 있다. 공공기관에 납품 예정인 1대를 포함해 올해 13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리플라의 기술력에 주목한 소풍벤처스,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 인라이트벤처스 등 투자자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리플라는 이달 중순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가격 정책·판매 전략…가려운 곳 긁어주는 신한
/그래픽=이호연 디자인기자
이같은 사업 전략을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신한금융그룹 스타트업 보육기관 신한스퀘어브릿지 서울의 지원 덕분이다.

리플라는 올해 초 신한스퀘어브릿지 서울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 인큐베이션' 8기로 선정돼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전문 코칭 및 사업화 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서 대표는 "그동안 가격 정책과 브랜등 등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몰랐다"며 "신한 인큐베이션에서 연결해준 전문가를 통해 순도 측정기 판매 전략 등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투자유치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 서 대표는 "신한 인큐베이션에서 소개 받은 코치는 창업 경험도 있고, 사업 분야 역시 리플라와 잘 맞는다"며 "아여러 투자사와 연결해줘 투자유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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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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