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한동훈 칭송' 실명댓글 330개..충성경쟁 노골화

손현수 2022. 5. 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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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예정된 '코드 인사'로 특수통 검사장들을 전면 배치한 가운데 검찰의 노골적인 '충성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과거에도 선배들이 사직의 뜻을 밝히면 감사인사를 댓글로 남기곤 했었다"면서도 "그런데 한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퇴 글을 올린 것이라 경우가 좀 다르다.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 과도한 감사인사를 남기는 것은 충성을 경쟁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국민들에게도 공정성이 훼손되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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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얼어죽어도 곁불 쬐지 않는 호랑이 검사의 모범"
전국 검사 정원의 15% 남짓이 사직 인사에 댓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예정된 ‘코드 인사’로 특수통 검사장들을 전면 배치한 가운데 검찰의 노골적인 ‘충성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벌써부터 줄 세우기에 순응하는 모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장관이 지난 15일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에 31일 오전 기준 330여개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정원이 230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전국 검사들 가운데 15%가 한 장관의 사직 인사에 실명으로 댓글을 달아 아쉬움을 토로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댓글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 장관에 대한 노골적인 칭송으로 점철됐다는 점이다. “얼어 죽더라도 곁불을 쬐지 않아야 하고 굶주려도 풀은 먹지 않는 호랑이가 되어야 하는 검사의 모범을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건웅) “검사 인사로서는 만시지탄, 새로운 출발에 대해서는 고진감래, 사필귀정, 인고필승…”(강수산나) “검사장님께서 그간 보여주신 모습은 후배들에게 검사로서 사표가 될 것입니다”(박영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댓글을 쓴 검사들은 한 장관과의 근무연을 강조하거나, 한 장관과의 에피소드 등을 들며 검사로서 한동훈 장관의 업적을 칭송하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대감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는 “누군가의 눈에는 이 글의 댓글조차도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경쟁으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멋진 검사셨고 올곧은 검사의 모습으로 귀감이 되어주셨다”는 아이러니한 댓글도 있었다. 한동훈 장관은 사직 인사에서 “검사의 일은 ‘what it is’(실제) 못지않게 ‘what it looks’(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한 영역”이라며 ‘공정의 외관’을 강조했지만, 정작 인사권자를 향한 구애의 현장에서는 후배들에게 남긴 그의 교훈이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 화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과거에도 선배들이 사직의 뜻을 밝히면 감사인사를 댓글로 남기곤 했었다”면서도 “그런데 한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퇴 글을 올린 것이라 경우가 좀 다르다.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 과도한 감사인사를 남기는 것은 충성을 경쟁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국민들에게도 공정성이 훼손되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법무부에 정부 고위직 인사검증 권한을 부여하고, 한 장관이 검찰 주요 직책에 윤석열 사단을 채우는 등 ‘법무부 비대화’ ‘검찰 정치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 조직을 핵심적인 통치의 수단으로 삼는 기조가 명확할수록, 검찰 조직이 스스로 중립성의 방화벽을 굳건히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법무부 권한이 강화되고, 검찰의 독립성을 고려해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폐지하겠다는 구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검사들은 한 장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모양새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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