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예술인 정치권 줄 서게 하는 구조 고쳐야"

이강은 2022. 5. 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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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대마다 비판적 예술가들은 규제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군부 독재 시절에 규제가 아주 심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소외되거나 음으로 양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보수 정권이 아주 노골적으로 해왔지만 진보 정권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다.

 어느 정권이나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예술가는 은근히 억압하는 그런 성향이 있다.

정권에 대해선 약간 비판적이라 해도 문화예술을 위해서라면 그 사람 생각이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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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권력이나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핍박
예술로서의 전문성·독립성·자율성 확보해 줘야
김명곤(70)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천생 문화예술인이다. 1993년 임권택 감독 판소리 영화 ‘서편제’ 각본과 주연을 맡아 유명해진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민간인 출신 첫 국립극장장(2000.1∼2005.12)과 문화관광부 장관(2006.3∼2007.5)을 지냈다. 이후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세종문화회관·마포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예술인으로 연극·영화·방송 드라마 등 현장에서 연출가와 극작가, 배우로 활동 중이어서 누구보다 문화예술계 속사정에 밝고 그만큼 염려하는 마음도 크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도 “윤석열정부가 문화예술계 통합에 힘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당시 김 전 장관이 풀어 놓았던 이야기를 정리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관련기사 "예술은 창조·풍자가 본질… 자기 검열·정치 종속화 막아야" http://www.segye.com/newsView/20220517517483>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남제현 선임기자
 
<1회>“문화예술계 통합 문제 정말 중요”

“박근혜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내가 그 문제(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작품도 했는데 더 넓게 보면 이 문제는 아주 오래된 문제다. 어느 시대 어느 권력이나 자기들에 대해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은 핍박을 하게 돼 있다. 옛날에도 광대들이 임금을 풍자하는 놀이를 했다면 바로 잡아들여 (고문하거나) 죽였다. 그런데 예술의 본질은 때로는 비판과 풍자 속에 있다. 모든 예술가는 창조를 하는 사람들이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시대의 규범과 가치관, 질서를 깨뜨리려 하고 개혁하려고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을 가장 심각하게 억압하고 방해했던 게 일제시대다. 일제 때는 완전히 반일이다, 비판적이다 하면 바로 몰살당해. 그 당시 예술인들을 억압하는 일종의 문화예술 규제법이 생겨났고 해방 후에도 우리나라 문화 정책에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그래서 시대마다 비판적 예술가들은 규제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군부 독재 시절에 규제가 아주 심했다. 이에 많은 저항적 예술가들은 그거를 깨뜨리려고 저항도 하고 감옥도 가고 탄압도 받고 그랬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소외되거나 음으로 양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보수 정권이 아주 노골적으로 해왔지만 진보 정권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다. 어느 정권이나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예술가는 은근히 억압하는 그런 성향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는 그런 게 가장 심각한 문화예술계 병폐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표현의 자유와 이를 억압하려는 세력에 대한 투쟁의 역사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민주화되고 점점 문명·문화 국가가 되려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하는 권력의 속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화 정책에도 그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확신과 확실한 장치를 좀 담았으면 좋겠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지원 자체가 통제수단이 될 수 있다. 지원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부터 통제가 되는 거다. 블랙리스트가 그거 아니냐. 미운 놈들 돈 주지 말고 이쁜 놈들 돈 많이 주고.

옛날에는 비판 예술인 고문하면서 때려 잡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전부 돈줄로 예술인들을 고문하는 경향 있다. 예를 들면 어느 배우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하면 그는 이제 (일도 지원도 끊겨)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정권이 교체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게 지금 예술·문화정책에서 굉장히 심각하다. 나만 해도 노무현정부 때 장관하다가 이명박정부 들어 블랙리스트에 있었다. 그래서 활동하는 데 엄청 지장이 있었던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정부가 반대쪽, 소위 우파라고 하는 예술인들을 자연스럽게 소외시키는 것도 바르지 못했다고 본다.  

예술은 예술로서의 전문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게 좋다. 그렇게 안 하면 예술가들이 전부 정치권에 줄 서게 된다. 이 정권이 되면 이쪽 권력자들한테 줄 선 예술가들이 쫙쫙 가고 저 정권이 되면 또 저 정권에 줄 서게 되고. 나는 오랫동안 그런 모습을 봤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예술계가 너무 황폐해졌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특히 조금 위로 가면 갈수록, 문화예술 기관장과 단체장처럼 문화예술계도 권력자라는 게 있다. 그 권력을 갖게 되는 과정 속에는 정치권과 이게(유착이) 너무 심하다. (이런 점을 고치려면) 순수한 문화예술적 전문성이 있고 예술적으로 참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면 정권과 이념적 성향이 좀 달라도 중용해서 써야 한다. 정권에 대해선 약간 비판적이라 해도 문화예술을 위해서라면 그 사람 생각이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 누구냐 바이든(미국 대통령) 앞에 코미디언이 나와 ‘당신이 못 한 거 내가 얘기하겠다’며 웃기기도 하고 비판도 하니까 (바이든이) 같이 웃어줬잖나. 코미디 역할은 사회와 정치 풍자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코미디언들이 그런 거 해봐라. 방송국이 가만 놔두겠냐. 이처럼 문화예술계가 끊임없이 정치 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건 문제다.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예술인들을 자기 밑에다 두고 이용해 먹으려 하고, 자기 안 도와주면 (찍어내고 하니) 예술계도 편가르기가 너무 심해졌다.  윤석열정부는 역대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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