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부담 먼저 덜어낸 尹..선거 승리, 한·일 관계 청신호?

박현주 입력 2022. 6. 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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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얻은 윤석열 정부가 국내 여론의 뒷받침이 필요한 한ㆍ일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서 선전이 예상되는데, 적어도 국내정치적 여건만 놓고 보면 조만간 한ㆍ일 모두 관계 개선 노력을 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기대 내비친 日 언론


2일 일본 언론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민의힘의 6ㆍ1 지방선거 압승이 한ㆍ일 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하게 정책을 실행하기 쉬워졌고, 한ㆍ일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교도통신), "윤 정부에 힘이 실릴 것"(요미우리), "첫 심판서 윤 정부가 신임 얻어"(아사히), "지방선거 결과가 윤 정부 구심력을 좌우"(마이니치) 등이다.

이는 앞서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었던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을 때 싸늘했던 반응과 정반대다. 당시 일본 언론은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한 발판이 보이지 않는다"(아사히),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한ㆍ일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것"(지지통신), "관계 개선으로부터 멀어질 것"(산케이), "현금화 진행 시 관계 악화 필연적"(도쿄신문) 등 회의적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관계 개선에서 적극성을 띠는 쪽은 어디까지나 한국이어야 한다'는 일본의 기존 입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의 지방선거 관련 일본 내 대부분 보도의 취지도 결국 "국내적 여건이 나아진 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안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먼저 들고 와야 한다는 태도다.

앞서도 일본 언론은 윤 정부 출범 전부터 윤 대통령의 대일 행보 관련 한 두발씩 앞서 가는 보도를 하며 분위기를 몰아가는 모양새였다. "윤 대통령이 5월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일하고, 일본에서 한ㆍ미 및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니혼게이자이, 4월 14일) 등 사실 관계와 다른 보도를 띄우며 반응을 찔러보는 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의 취임 축하 친서를 전달받는 모습. 연합뉴스.


韓 정치 고비는 '클리어'


일단 양측 국내 정치 일정은 한·일 관계를 풀기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일본 집권 자민당도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이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TV도쿄와 함께 지난 27∼2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66%로 출범 이후 최고였다. 참의원 선거에서 투표하고 싶은 정당이나 투표하고 싶은 후보자가 있는 정당으로도 자민당이 51%로 가장 높았다. 자민당이 예상대로 낙승한다면 이후 3년 동안 큰 선거가 없어 기시다 총리의 장기 집권 기반이 무난히 마련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양국 모두 선거 전에는 국내적 반일·반한 감정을 관리하느라 과감하게 관계 개선에 나서지 못했지만, 조만간 이런 부담을 떨쳐내고 주도적으로 외교적 해법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7월부터는 기시다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며 "한ㆍ일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보다 용이해질 것"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일 정책협의 대표단이 지난 4월 28일 오후 귀국한 뒤 소감을 밝히는 모습. 뉴스1.


기회도 충분, 분위기도 좋은데...


한ㆍ일 고위급이 대면할 기회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오는 29~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달 중순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찾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과 만나는 방안도 조율 중이다. 다만 이때도 일본은 여전히 참의원 선거 전이라 완전히 국내 정치적 부담을 떨쳐낸 상황은 아니다.

관계 개선에 적합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한ㆍ일 사이를 갈라놓은 과거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본질적 해법 마련은 더 중요해졌다. 당장 한ㆍ일 간에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가 걸려 있다. 윤 정부 첫 주일대사로 내정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이 최근 정부가 피해자에게 우선 배상하고 후에 일본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대위 변제'를 언급했지만, 이 또한 피해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이전보다 주도권을 갖고 대일 정책을 펼치기 좋은 환경인 건 맞지만, 과거사 문제 관련 피해자와의 조율, 여소야대 국면 극복 등 국내적 합의를 이루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자칫 관계 개선에서 과속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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