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제2 외환 위기설'..새 외교 정책으로 대응 필수[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읽기]

입력 2022. 6.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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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의 기조는 '차별적 보호주의'
한·미 상시적 통화 스와프 체결, 적극 추진할 시점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읽기]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센터에 마련된 달러화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달러당 1250원을 넘으며 더욱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2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수준이 한 단계 더 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현재 대내외 외환 시장의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출구 전략에 원·달러 환율 흔들

달러 가치는 머큐리(펀더멘털) 요인과 마스(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해 4월 이후의 달러 강세는 머큐리 요인에 의해 비롯됐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5.7%로 유로 5.2%, 일본 1.6%, 한국의 4%보다 높았다. 격차가 줄어들 수 있지만 올해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의 달러 강세는 마스 요인에 의한 것이 더 크다. 뒤늦게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중앙은행(Fed)이 출구 전략(테이퍼링→금리 인상→양적 긴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후의 출구 전략 추진 과정을 보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처음 언급한 후 양적 긴축까지 4년이 넘게 걸렸지만 이번에는 7개월로 줄었다.

Fed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우려되는 현재, 달러 가치와 원‧달러 환율이 가장 불안한 시기다. 특히 한국처럼 외환 위기에 대한 낙인 효과가 있는 여건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에 편승해 고질적인 ‘제2 외환 위기’에 대한 우려까지 커진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인 ‘바이드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당시 크게 손상된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 정책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국익이 상충될 때도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이 보호주의로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과장된 부분이 크다. 다른 국가와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우호국에는 안정적인 정책을 펴는 반면 적대국에는 강력한 자국 보호주의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의 문제가 심각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에도 미국과 중국의 마찰은 항상 있었다. 무역과 통상, 지식재산권, 환경 보호, 첨단 기술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 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분쟁이 나타났다. 같은 맥락에서 환율 분야에서도 마찰이 심하다.



외교 정책 실패에 위기 몰린 한국

바이든 정부의 환율 정책은 무역 정책과 보조를 맞춰 ‘이원적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악화시키지 않는 국가의 통화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기지만 대미 흑자국 통화에 대해선 평가 절상 압력을 가중시켜 시정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수단 중 하나가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다.

환율 보고서에 따라 환율 조작국으로 평가되면 행정 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에 의해 강력한 보복 조치를 당한다. 슈퍼 301조는 ‘전가의 보도’로 불린다. 이 조항은 한정된 기간 동안 미국의 종합무역법을 보완하는 특별법이다. 무역 상대국이 무역에서 행하는 공정하지 못한 관행에 대해 보복 조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강력한 조치에 힘입어 무역 적자가 개선되자 미국의 환율 정책은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무역 적자가 커지면서 재정 적자로 이어지는 ‘쌍둥이 적자’ 현상이 나타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이클 베넷과 오린 해치, 톰 카퍼 등 3명 의원의 주도로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국 환율에 관한 규정(BHC 법안)이 대폭 강화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이 법안은  바이든 정부의 환율 보고서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BHC법에 따르면 △대미국 무역 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 흑자가 3% 이상 △외환 시장 개입이 지속적이고 그 비용이 GDP의 2%가 넘는 요건 순으로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 심층 대상국(기존 환율 조작국)’,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된다.

올해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한국의 지위였다. 지정 요건만 따진다면 지난해까지 한국은 중국보다 더 좋지 않는 국가에 속한다. 중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한 가지 조건에만 걸렸지만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200억 달러 이상과 GDP 대비 경상 흑자 3% 이상 등 두 가지 요건에 걸렸다.

하지만 환율 보고서에서 명시한 조건과 달리 미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과 연계된 목적에 따라 환율 조작국을 규정한다. 1가지 조건만 충족하는 중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BHC법의 지정 요건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친중 성향 국가와의 무역에서 나타나는 적자 피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과의 관계만 고려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치중한다’ 대외 정책은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하게 만들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추진해 왔던 각종 동맹국과의 관계 개선 정책에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수출 통제가 나타나기 일보 직전에까지 몰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경제·기술·원전까지 포함한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 구축에도 합의했다. 원·달러 환율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상시적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야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고개를 드는 ‘제2 외환 위기설’을 근본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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