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떡볶이? 어른들 반성해야"..진짜 마약 쫓는 이 사람[베테랑]

김도균 기자 2022. 6. 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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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사진=김대규 경정 제공


"죽어야 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경정)은 전신인 경남청 형사과 마약수사대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경 부인의 신고로 한 마약 사범을 검거했다. 마약 관련 전과 4범의 이 남성은 출소한 이후에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족들을 괴롭혔다.

무직이었음에도 값비싼 필로폰을 계속 구매하기 위해 돈을 내놓으라며 부인을 닦달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집 안의 가구를 있는대로 부수기도 했다. 견디지 못한 부인이 이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김 계장은 그 때 죽어야 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마약중독자들을 보고 결심했다. 마약 범죄자를 검거할 뿐 아니라 마약 중독을 치료하겠다고.

김 계장은 2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마약 범죄 수사는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마약 구매자를 잡고 구매자에게 마약을 넘긴 소매책을 잡는다. 소매책의 입에서 중간책이 나오면 그 중간책을 검거한다. 중간책을 타고 총책까지 잡아내면 비로소 '일망타진'이 완성 된다는 것이다.
댓글에서 발견한 마약 거래 정황…이름도 생소한 '짝대기' '아이스'

학창시절 김 계장의 꿈은 경찰이 아니었다.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마음으로 김 계장은 1983년 경상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했다. 이듬해부터 김포공항경찰대에서 의무경찰로 군복무를 수행한 김 계장은 이때 처음 경찰이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김 계장은 당시 공항경찰대원으로 외화 밀반출 적발 등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전역 이후 곧바로 순경 공채에 응시해 합격해 다시 경찰 제복을 입었다.

김 계장이 본격적으로 마약 수사에 입문한 건 2000년대 들어서였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던 2004년경 김 계장은 중국에서 EMS 등 국제 우편을 통해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조직원 24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사이버수사대는 당시 이들 판매책이 온라인상에서 댓글로 구매자를 모집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이들은 댓글에 '아이스 팝니다' '짝대기 팝니다' 등 은어를 사용했다. 아이스는 필로폰이 결정 형태로 생긴 것을 빗댄 은어다. 짝대기는 필로폰 투약에 사용되는 주사기를 의미했다. 댓글을 모니터링해 마약 거래를 잡아내는 수사기법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방식이었는데 김 계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 사건 이후 경위로 특진했다.

이후 진해경찰서 강력팀장, 창원서부경찰서 형사계장 등을 거친 김 계장은 2010년 다시 경남경찰청으로 돌아왔다. 김 계장은 2010년 1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형사과 소속 마약수사대를 이끌었다. 이때 김 계장은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와 영남권에 파는 일당 58명을 검거했다.

2010년 2월경 김 계장과 마약수사대는 구매자로부터 얻은 첩보를 바탕으로 부산에 거주하는 판매책 A씨의 집에 들이닥쳤다. 경찰은 당시 A씨가 변기에 무언가를 버리려는 모습을 포착했다. 버리려던 물건을 압수해보니 필로폰이었다. 또 A씨의 장롱 밑에는 36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이 숨겨져있었는데 김 계장은 A씨를 추궁한 끝에 중국에서 가져온 필로폰을 구매할 거래대금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체포 당일 A씨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오는 운반책과 접선할 예정이었다. 바로 김 계장과 마약수사대는 A씨 집 앞에서 잠복에 들어간 끝에 운반책 B씨를 검거했다. B씨는 당시 시가 기준 14억원 상당의 필로폰 426.02g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신고 있던 양쪽 구두바닥과 입고 있던 여성용 거들팬티 속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법으로 공항검색을 통과했다고 진술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사진=김대규 경정 제공
"마약은 불치병" 마약 퇴치 전도에 나선 형사

최근 김 계장은 마약 사범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김 계장이 최근 잡아들이는 피의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10~30대 사이 청년이 절반을 웃돈다고 한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로 결제하고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이들이 범죄에 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김 계장이 이끄는 경남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유통시키던 총책 일명 '바티칸 킹덤' 이모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바티칸 킹덤'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명을 사용해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필리핀에서 활동한 총책 '마약왕 전세계'로부터 필로폰, 엑스터시 등 수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넘겨받아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에 유통시켰다. 당시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뿐 아니라 판매책, 구매자 등 총 90여명을 붙잡았다.

김 계장은 이씨를 처음 봤을 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비교적 훤칠한 외모에 체포 당시 26살에 불과했던 청년이 왜 마약 범죄에 가담했을까 의문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본인도 필로폰에 중독된 상태였는데 구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에 가담했다고 한다.

이런 김 계장에게 또 한번의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남 지역에선 고등학생들이 신종 마약 '펜XX'을 흡입한 40여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펜XX은 아편 계열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중독성이 같은 아편 계열인 헤로인의 10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있다.

김 계장은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 계장은 "마약에 한번이라도 손을 대는 건 불치병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일 확실한 방법은 한번도 손을 못 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계장은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한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약물예방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지난해 발간한 '유해약물(마약류) 예방교육 자료'.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은 이 교재의 감수를 맡았다./사진=김대규 경정 제공


김 계장은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초·중·고등학교에 출강하며 마약 예방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김 계장은 "학생들이 틱톡, 유튜브 등에서 마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며 "인터넷 상에는 마약을 끊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나오는데 마약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 계장은 또 "어른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김 계장은 한 초등학생의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마약 사범이 체포됐다는 뉴스를 보던 아이가 "왜 맛있는 것을 파는 사람이 잡혀가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마약떡볶이' '마약옥수수'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들 탓에 아이들에게 '마약'이라는 단어가 맛있는 음식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 계장은 "마약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이런 용어부터 지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김 계장은 앞으로도 '형사'와 '마약 퇴치 전도사'를 넘나들 예정이다. 마약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김 계장은 "마약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며 "마약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착각"이라며 한번 더 주의를 당부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마약 예방 교육을 하고 있는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의 모습./사진=김대규 경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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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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