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영수증 NO, 계좌이체 OK" 노점들 현금장사 고집에 지자체는 나몰라라

윤한슬 2022. 6.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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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김문경(59)씨는 시장통 가운데 줄지어 있는 노점마다 '카드결제 불가'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 유명 전통시장 노점들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 '현금장사'를 고집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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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 안 되고 현금영수증 불가.. 탈세 우려
매출 상당한데 카드 이용 불가에 고객 불만 높아
노점들 "제도적 맹점 탓에 사업자등록 쉽지 않아"
"잘못된 관행 개선하고 노점상 양성화 유도해야"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손님으로 붐비고 있다. 일부 손님들은 시장 가운데에 있는 노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윤한슬 기자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되나요?"(손님)

"아뇨, 계좌이체는 돼요."(노점상)

3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은 김문경(59)씨는 시장통 가운데 줄지어 있는 노점마다 '카드결제 불가' 문구가 적힌 안내판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더구나 계좌번호가 내걸린 모습까지 눈에 들어오자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장은 '마약김밥'과 빈대떡 등 먹거리가 입소문이 나면서 평일 낮에도 손님들이 붐볐지만, 노점에선 '현금장사'만 고집했다. 김씨는 "요즘 현금 갖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며 "아무리 전통시장이라지만 매출은 적지 않을 텐데, 현금거래만 고집하는 건 다른 자영업자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매출 큰 노점상도 카드·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없어

서울 유명 전통시장 노점들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 '현금장사'를 고집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세한 노점은 카드가맹점 가입이나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가 없지만, 전통시장 노점들은 매출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과세 자료 확보 차원에서 현금 거래 관행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소매업과 음식점업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전년도 매출이 2,400만 원을 넘으면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이 의무화된다. 탈세 예방 취지로 볼 수 있지만, 노점상은 법령상 소매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가입 의무가 없다.

문제는 매출 규모가 큰 노점들의 경우 연매출이 상당해 사업자등록을 통한 카드 가맹점 가입이 가능한데도 이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손님 받으려다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신중부시장의 한 노점상은 "카드단말기를 설치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하는데, 등록하게 되면 세금이 많이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탈세 우려가 크고 고객들 불만도 적지 않지만, 노점상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노점 현황은 파악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가맹 비율을 조사하거나 노점을 개별적으로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도로점용허가를 내주면서 사용료를 받거나 카드단말기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양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높다.


"카드거래 위한 사업자등록도 쉽지 않아... 문턱 낮춰야"

노점들도 할 말은 있다. 이들은 사업자등록이 쉽지 않은 제도적 맹점 탓에 불가피하게 현금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4년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합법화된 '푸드트럭'의 경우처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접근해야지, 노점들이 의도적으로 탈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음식 노점상의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허가 조건을 충족해야 사업자등록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노점상이 이 기준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광장시장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은 "광장시장 노점 대부분은 원천적으로 사업자등록증 발급 자체가 안 된다"며 "당연히 카드단말기도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선 소비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편의성을 확대하고 세금 징수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노점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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