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집무실 옆 미군 기지' 이전 협상..타결 땐 수천억 혈세 추가 소요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유정인 기자 2022. 6. 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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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지역 재산권 침해 분쟁거리 비화 가능성도
대통령실 "미군 측이 먼저 잔류기지 이전 제안"
한·미 양국은 2년 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과 바로 맞닿은 곳에 주한미군 잔류기지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2년 전 미국 정부와의 합의를 뒤집고 서울 용산 주한미군 잔류기지 예정지에 대한 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대통령실과 미군기지가 나란히 있게 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을 대체부지로 미군 측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수천억원의 기지 신설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도 피할 수 없어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6일 대통령 집무실에 인접한 미군 용산기지 드래곤 힐 호텔 부지를 돌려받고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미군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향신문이 대통령 집무실 옆에 미군 잔류기지가 신설될 계획이라고 보도하자 ‘협상 중’이라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미군 잔류기지 문제를 주한미군을 포함한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군 잔류기지 건설은 2020년 양국 정부 간 최종 합의한 사안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2011년 5월, 2013년 11월, 2020년 6월 등 총 세 차례 합의를 처쳐 잔류기지 위치를 확정했다. 부지 안에 한미연합사령관 전방사무소, 주한미군사령부·유엔사령부 전방 연락사무소 등을 설치하는 데도 합의했다.

그러다 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부터 이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2020년 합의한 대로 잔류기지가 세워질 경우 대통령 집무실과 주한미군 부대가 담벼락 하나를 놓고 마주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군이 주둔 중인 20개국 중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미군부대가 상주하는 곳은 없다. 치외법권 지역을 대통령실 코앞에 두는 것은 외교적 문제는 물론 도·감청 등 안보상 위험 요인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정부도 잔류기지를 대체할 장소를 물색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일단 한국 측 ‘사정 변경’으로 기지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전 비용 대부분을 한국 정부에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잔류기지가 들어서기로 한 ‘드래곤 힐 호텔’을 대체할 만한 편의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전기·통신·상수도 등 기반시설도 모두 새로 깔아줘야 한다. 이전 부지가 정해지면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도 분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군 부대의 특성상 주변 일대가 고도제한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일 수도 있다.

정부는 이미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불과 3개월 전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비용을 대거 지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리모델링과 경호용 방탄창 설치, 국방부 인근 합동참모본부 청사 이전, 경호처 이사 비용,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등에 공식적으로 편성된 예산만 해도 496억원에 이른다. 용산에 있던 합동참모본부를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는 데에는 2000억~3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미군 측에서 먼저 잔류기지 이전을 제안해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년 전 합의인데 아시다시피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것은 (그 이후 벌어진) 새로운 상황”이라면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결정된 후 미군 측에서 먼저 잔류부지 반환과 관련해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 낭비 우려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은 잔류기지 부지를 미군에게서 반환받고, 미군은 대체부지를 제공받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대체부지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미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이고 그런 방향으로 모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근·유정인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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