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라떼 진보·찌개 보수.. 정치인들이 보내는 '편식' 시그널
유권자와 '문화 공유' 메시지 전달위해
정치인들 대표적 음식과 음료로 어필
美선 매년 8월 아이오와주 디모인서
서민대표음식 '콘독' 먹기가 통과의례
尹찌개·文커피도 지지자를 위한 '연출'
美 민주당은 오바마 라떼가 대표명사
유권자에게 잘 보이려다 역풍 맞기도
트럼프 포크로 피자 먹자 뉴요커 조롱
콘독 먹는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가 아이오와 스테이트 페어에서 콘독을 먹는 모습. |
일부에서는 보수 매체가 보수당 대통령 당선자 행보를 지나치게 보도하는 것이 “우상화”의 소지까지 보인다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보수 신문들만 그의 점심식사 일정을 보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일정은 당선자 비서실이 미리 언론에 알린 후에 이뤄지는 공개 일정으로, 당선자가 누구를 만나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알고 싶을 것이 당연한 기자들로서는 취재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흘 연속으로 점심식사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마치 과거의 “땡전뉴스(정각에 나오는 뉴스의 첫 소식으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일정을 이야기하던 과거 세태를 풍자한 단어)”를 떠올리게 됐고, “당선자의 개인 일상을 보도하는 건 ‘윤비어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곰탕, 짬뽕, 피자, 육개장 처럼 식사 메뉴를 꼼꼼하게 보도하거나, 같이 식사하는 사람에게 국자로 김치찌개를 퍼주는 모습에서 당선자 태도를 설명하는 기사는 그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가 보고 싶은 내용이 아니었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몇몇 매체에서도 지적했듯 이와 비슷한 보도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에도 없었던 게 아니다. 취임 직후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식사를 마친 후 종이컵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일제히 양복 상의를 팔에 걸친 채 셔츠 바람으로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대통령과 고위 관료가 자신이 마실 커피를 직접 들고 걸어가는 장면을 두고 “탈권위 행보”라는 평가도 받았다. 물론 이 역시 언론사가 사진을 찍기 좋게 일정을 공개한 것이었고, 이 모습을 좋아한 사람들은 대부분 당시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왜 각 비서실이 기획한 공개 일정이 왜 굳이 김치찌개였고, 커피였을까? 이 둘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김치찌개 식당’이라는 이미지는 수십년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느낌을 준다면, 테이크아웃 커피는 비교적 근래에 등장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즐기는 음료다.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더 익숙한 기호(嗜好), 혹은 기호(記號)에 맞췄다고 보는 게 맞다. “나는 당신과 동일한 문화, 비슷한 생활 양식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이런 행동을 가장 노골적으로 하는 때가 바로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매년 8월에 열리는 ‘아이오와 스테이트 페어(Iowa State Fair)’ 시기다. 아이오와는 농업으로 유명한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주다. 아이오와 최대 도시인 디모인에서 열리는 이 연례행사는 각종 가축의 크기를 경쟁하는 콘테스트, 나무 패기 콘테스트, 파이 먹기 콘테스트 등이 벌어진다. 미국 시골의 전통 장터 축제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장터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아이오와의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각종 음식을 만들어 팔고 맛으로 경쟁한다.
그런데 왜 정치인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질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선은 선거일보다 약 1년 반 정도 일찍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2024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 두 당은 그 해 2월부터 시작되는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 이 경선은 각 주별로 순차적으로, 때로는 몇 개의 주가 함께 치르는데 이 경선을 처음 시작하는 주는 아이오와(2월3일)로 정해져 있다. 말 그대로 “스타트를 끊는” 경선이다 보니 이곳에서 승리하거나 선전하는 후보는 언론 관심을 집중적으로 끌 수 있기 때문에 ‘바람몰이’에서 유리하게 된다.
따라서 대선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은 아이오와를 자주 들락거리고,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심을 굳힌 정치인들은 아예 1, 2년 전부터 캠프를 차리고 운동원들이 일일이 유권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캔버싱(canvassing)’을 한다. 물론 정치인 본인은 일정상 그곳에 머물 수 없지만, 아이오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 행사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서 ‘얼굴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렇게 가야 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가 대선 1년 전 8월에 열리는 아이오와 스테이트 페어인 것.
오바마는 테이크아웃 커피 오바마와 참모들이 셔츠 바람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 |
나이프로 피자 잘라먹는 트럼프 트럼프는 뉴요커답지 않게 피자를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
물론 갑부에게는 포크와 나이크가 더 어울리는 건 맞다. 게다가 뉴요커는 어차피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굳이 애쓸 필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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