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 휘둘리는 기시다..'방위비, GDP 2%로 확대' 명기했다

이영희 2022. 6. 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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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집권 후 처음 작성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에 '향후 5년 내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담긴다고 일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원안에는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표현만 있었지만, 자민당 내 보수파 수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구체적인 기한과 금액이 명시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27일 도쿄도에 있는 육상자위대 아사카 주둔지에서 지난 2012년 도입한 ‘10식(式) 전차’에 탑승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향후 경제·재정 정책의 핵심적인 방향을 정리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가 6일 자민당 논의를 통과해 7일 오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올해 방침 내용 중 방위비 증액 등을 둘러싸고 아베 전 총리가 정부 원안에 이견을 내면서 정부가 이를 여러 차례 수정하는 "이례적인 전개"가 펼쳐졌다. 아베 전 총리가 방위비 증가분을 구체적으로 방침 안에 담을 것과 방위비 증액을 위한 재정 지출을 담보할 수 있는 표현을 명기하라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당초 일본 정부가 1일 자민당 전체회의에 제시한 원안에는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한다"는 표현만 담겨있었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발표한 공동 선언에도 들어간 문구다.

하지만 이 내용을 알게 된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이 주장해 온 '5년 이내 방위비를 GDP의 2% 이상으로 올린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 내 조정을 거쳐 결론이 난 원안에 전 총리가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는 급히 재무부 간부 등을 아베 전 총리에게 보내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협의를 거쳐 결국 이 문구를 방침에 넣기로 결정했다.

일본에서는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이 군사 대국화를 막기 위해 방위비를 GDP 대비 1% 이내로 유지하는 방안을 각의 결정했다. 1987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총리가 공식적으로 이를 철폐했으나 역대 정부는 GDP 대비 1%를 방위비의 암묵적인 기준으로 삼아왔다.


"국채 1000조엔 넘었지만 문제없다"


아베 전 총리는 예산 편성도 문제 삼았다. 정부 원안에는 2023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해 '2021년도 방침에 근거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이는 2021년도 방침에 적힌 '지금까지와 같은 세출 개혁 노력을 계속한다'는 문구에 기반에 방위비 등을 포함한 재정 지출을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1월 17일 국회에 출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왼쪽)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 문구가 방위비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당 부분을 삭제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무성이 끝까지 난색을 표하면서 정부는 이 문구는 그대로 둔 채 "다만 중요한 정책의 선택 사항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로 넣었다.

일본의 국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1000조엔(약 944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나라가 갚아야 할 빚이 1000조엔이나 쌓여있단 의미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56%에 달한다.

재무부 관료들을 비롯한 상당수 경제학자는 재정 건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일본의 국가 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적극재정파들은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4일에도 한 강연에서 국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분명 정부에게는 빚이지만 절반은 일본 은행이 매입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시다 정부의 정책이 아베 전 총리 등 강경파의 주장에 휘둘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 내에는 "본래라면 아베 전 총리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등이 이를 조정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면서 총리 관저의 대응 능력을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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