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꽃길 깔고, 反明엔 "치매" 대자보.. '개딸' 훌리건

김아진 기자 2022. 6. 8.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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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이 대체 누구냐" 민주당 내부도 술렁

6·1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국회로 처음 출근했다. 이날 출근길에는 이 의원 팬클럽 성격의 개딸(개혁의 딸)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국회 앞에 화환을 세워 “여의도에서 무럭무럭 자라거라” “가자 당대표로” 같은 문구를 적고 이 의원을 향해 환호했다. 반면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던 친문계 의원들에겐 “치매냐”는 대자보를 붙였다. 민주당도 이런 개딸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야권에선 “대선 패배 이후 일부 민주당 강경 지지자들이 더 과격해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자칭 개딸들은 이날 국회 앞에 화환 수십 개를 보내 국회 정문 앞에 도열시켰다. 화환에는 “당신과 언제나 동행하겠습니다” “개혁하는 이재명의 민주당” “이재명 건드리면 출동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보낸 이들은 “잼마을(재명이네 마을) 콘크리트 지지자 잼딸 드림” “잼마을 창원 개이모” “마을 주민” 등이었다. 이 의원의 남성 지지자들인 양아들(양심의 아들)이 보낸 화환도 간간이 보였다. 한 여성 지지자는 국회에 도착한 이 의원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또 다른 지지자는 “이재명, 당대표 가자!”라고 외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싸울 때 서초동에 서 있던 화환이 생각난다”고 했다.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사생 팬’의 정치 버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극렬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묵인했던 친문계도 개딸들의 ‘화력’과 ‘전투력’에 놀라고 있다.

개딸들은 대선 패배 직후인 3월 10일, 온라인상에서 이 의원의 팬클럽 카페 ‘재명이네 마을’을 열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이 의원은 ‘이장’을 맡고 있다. 재덩이(재명복덩이), 이잼(이재명), 아빠 등으로도 불린다. 이 카페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원수는 7일 기준 21만6000명이 넘는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뒤 이 카페에 처음으로 근황을 알리는 등 개딸들을 매개로 지지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 의원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이나 지지자를 ‘국민의힘 쪽 사람’이라는 의미의 ‘수박’이나 ‘똥파리’로 부르며 “민주당에서 나가라”고 하고 있다. 맘에 들지 않는 의원들에겐 욕설을 의미하는 18원을 보내고, 좋아하는 의원들에게는 1004원을 보낸다. 휴일인 지난 6일에는 대표적 친문계로 최근 이 의원을 비판한 홍영표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3m에 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 결핍이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영길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 의원을 공천하라고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개딸들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장동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것에 대비해 개딸들이 먼저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개딸들은 현재 ‘이재명 당대표 만들기’를 위해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이 투표할 수 있게 당비 납부 기간 규정(현 6개월)을 3개월로 줄여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개딸들이 진짜 누군지는 모른다고 하고 있다. 이 의원 측에선 개딸을 2030 여성이라고 주장하지만, 4050 여성들이 주축이라고 말하는 쪽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딸이라며 심한 내용 문자를 했길래 전화해보니 너무 평범한 아이 어머니였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끌고 다니는 2030 남성에 대항하는 확실한 2030 여성들”이라고 했다. 과거 이 의원이 성남시장일 때 조직된 강성 팬덤 ‘손가락혁명군’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종자였던 여성 지지자들이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문 전 대통령이 누굴 지지하는지 쳐다만 보고 있다가 갈 곳을 잃었다”며 “결국 대선 패배로 분노한 사람들이 ‘이제 문재인도 싫다’며 이 의원에 대한 맹목적 지지로 변한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훌리건들 말만 따라가다가 대선도, 지방선거도 망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민심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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