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66%' 용산공원 개방 D-2..인조잔디로 시민 지킬 수 있나

김윤주 입력 2022. 6. 8. 07:05 수정 2022. 6.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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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시범 개방 용산공원,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전체 면적의 66%에서 독성 물질
"체류시간 제한하면 괜찮다" 하지만
정밀조사 없이 공원 개방은 무리수
'대통령 홍보' 위해 정화 책임 저버려
대통령 집무실 남쪽의 용산공원 부지가 10일부터 열흘간 시범 개방된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을 보면, 용산공원 개원은 미군이 용산기지를 반환한 뒤 7년째에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기간 내에 오염 정화 공사를 벌이고, 계획과 설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0일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집무실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해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런 계획은 어그러졌다. 미군기지 오염 정화와 관련한 미군과의 협상 전략은 물론 공원 시설 계획도 바꿔야 할 처지다. 특히, 오염 정화 없이 서둘러 개방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오염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공원 조성에 7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는 위해성 저감 조치를 하기 때문에 오는 10일부터 용산공원을 시범 개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조잔디 포장 등 토사 피복을 하고, 유류 탱크 철거 등으로 위해 요소를 제거해 오염원과 시민 접촉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한 체류 시간을 1회 2시간으로 제한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선개방 후정화’는 정책적 결정의 문제”

전문가 견해는 갈린다. 박재우 한양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위해성 평가에서 나타난 수치가 아주 낮지는 않지만, 위해성 저감조치를 한 뒤 개방하면 시민들이 방문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기술적으로는 ‘위해성 저감조치를 하고 임시 개방한 다음 추후 오염 정화를 하는 것’과 ‘처음부터 오염 정화를 모두 마친 뒤 개방하는 것’ 둘 다 가능하다. 이 가운데 정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시민들 우려가 크다면 오염이 심하지 않은 곳은 위해성 저감조치를 한 뒤 개방하고, 오염이 심한 곳은 정화 작업을 병행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나 기저질환자 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전예방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정책기본법에 명시된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국가는 환경오염이 확인된 곳은 제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당장은 괜찮더라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영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양환경보전법을 보면, 공원·주거지 등 1지역은 관련 기준에 맞춰 독성물질 농도를 줄이는 등 환경 정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시범 개방’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앞장서 용산공원의 오염 정화작업을 늦추고 ‘공원 문부터 열고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휘중 에아가이아 토양 및 퇴적물 환경복원 연구소장은 “표층의 오염된 물질은 특히 어린이에게 피부나 호흡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충분히 검토해 안전성을 완전히 확보한 뒤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소한 오염에 대한 정밀조사 후에 개방해야”

현재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 공개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바이오환경과학과)는 “용산기지 내 학교나 병원 부지에서 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검출되는지 의문”이라며 “오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진 뒤 개방해야 하는데, 현재는 정부가 그런 검토를 어느 정도 했는지 확실치 않아 시민들이 불안할 수 있다. 추가 조사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선반환·후정화’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미군과의 정화비용 협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공원 임시 개방은 결국 한국의 협상력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군에 오염 정화 책임을 제대로 지게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택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등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용산공원 시범 개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맞물려 급하게 추진되는 임시개방이 추후 정화 작업이나 용산공원 조성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는 데 방해가 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배정한 서울대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공원 임시개방이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실제 용산공원 조성은 시간을 두고 단계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임시개방이 후속 공원 설계나 공사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의 관련 학과 교수도 “지금 개방하는 구역은 대통령 집무실 아래 임시라는 이름으로 공원을 만드는 건데,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제대로 정화 작업이 이뤄질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왕 개방하는 거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오염 정화와 공원 조성 사업을 같이하는 방식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주 남종영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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