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론 뒤집히나… “기린 긴 목, 먹이 경쟁 아닌 짝짓기 싸움 때문” [사이언스샷]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은 목이 긴 기린이 나무 꼭대기의 잎까지 먹을 수 있어 생존경쟁에서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목이 긴 기린이 자연선택 됐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기린의 조상은 처음에 긴 목을 먹이 대신 짝짓기 싸움에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긴 목은 자연선택이 아니라 성선택의 결과라는 말이다.
중국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의 덩타오 박사와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멍진 박사 공동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170만 년 전 살았던 기린의 조상 디스코케릭스 셰지(Discokeryx xiezhi)는 짝짓기 싸움에서 상대와 정면충돌할 때 충격을 잘 흡수하도록 헬멧 같은 두개골과 단단한 목뼈가 발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96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중가르분지에서 동물의 두개골 1개와 목뼈 화석 4개를 발굴했다. 이곳에서는 코끼리와 코뿔소, 개 등 다양한 포유동물 화석이 나왔다.
연구진은 두개골 위쪽이 마치 다리미처럼 평평해 이상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치아와 내이(內耳) 구조까지 나오면서 오늘날 기린의 조상 격인 동물로 드러났다. 평평한 두개골 위에는 케라틴이 쌓여 겉모습이 마치 헬멧을 쓴 듯 둥근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학명에서 셰지란 종명(種名)은 머리에 뿔 하나가 달린 상상의 동물 해치 또는 해태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을 토대로 가상실험을 한 결과 디스코케릭스의 두개골과 목뼈는 오늘날 어떤 동물보다 머리받기에 최적화된 형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경쟁할 때 머리를 들이받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흔하다. 연구진은 디스코케릭스를 사향소와 산양 등과 비교했다. 디스코케릭스는 머리받기에서 사향소보다 두 배나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시속 40㎞로 정면충돌하는 정도의 충격을 견디는 셈”이라며 “이처럼 단단하게 목뼈가 맞물려 충격을 잘 흡수하는 동물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린의 조상은 긴 목을 무기로 발달시켰지만 먹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효과도 거뒀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당시 기린 조상들은 먹이가 풍부한 숲을 떠나 건조한 초원에 살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심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컷들이 상대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목이 점점 더 발달했고 결국 나무 높은 곳의 잎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뉴욕공대의 니코스 솔로우니아스 교수는 “오늘날 기린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머리와 목을 휘둘러 옆으로 부딪치는 방식으로 싸운다”며 “머리받기가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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