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무현 사진으로 검수완박 비판.. 저작권 위반 고소당한 대학생 단체
대학생 단체가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으로 현수막을 만들어 사용했다가 사진의 저작권자에게 고소를 당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직 사진 기자 김종구(64)씨는 7일 대학생 단체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의 김태일(28) 의장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아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자신이 촬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신전대협은 지난달 3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국민 공청회’를 열었다. 국회가 검수완박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생략하고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비판하는 성격의 기자 회견이었다. 이날 오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기자 회견 당시 신전대협은 “검수완박, 이의 있습니다! 이의가 있으면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신전대협은 이 현수막의 배경에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넣었다. 1990년 1월 통일민주당 해체식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결정을 반대하며 “이의 있습니다,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던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과, 이 법을 그대로 공포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신전대협은 “검수완박 법안과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법안이 통과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주장했다. 신전대협은 같은 날 이 사진을 넣은 ‘검수완박, 이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전국 113개 대학교에 부착하기도 했다.
이 사진은 당시 울산 지역 지역지인 A 신문사의 서울 주재 사진기자로 있던 김씨가 현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당시 사진 필름을 갖고 있던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최종 결정되자, 이 사진을 다시 인화해 노사모 홈페이지와 일부 언론에 공개했다. 이후 이 사진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인터넷 등에 널리 퍼졌다. 김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이 사진들의 저작권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김씨는 본지 통화에서 “인터넷으로 언론 기사들을 보다가 우연히 이 사진이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처음 사진을 찍고 널리 알린 목적과는 완전히 다르게 사용된 것이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없도록 하려고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본지에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고, 비평을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이런 예외에 해당한다”라며 “진심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고, 역사의 한 장면을 남겨주신 분께 대한 사려가 부족했던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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