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더 이상 선제적 금리 인상 아냐..금리 인상 시기 놓치면 인플레 커져"

최정희 2022. 6.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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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사
"정책 운용 민첩성 유지하되 유연성도 높일 것"
경영인사 혁신안 마련..조만간 발표 예정
"계급장 떼고 '할말 하는' 문화..수평적 외부지향적 조직"
조사역이 "총재님 연설문 실망"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이 더 이상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7월에 이어 수 개월간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먼저 출발한 이점 살리되 실기하지 않겠다”

이 총재는 10일 서울 태평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72주년 기념사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선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다른 주요국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자평해왔으나 ‘선제적 금리 인상’이라는 성과에 취해 있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첫 금리 인상 시점이 우리나라보다 늦은 대신 빅스텝(정책금리 0.5%포인트)으로 움직여 금리 인상 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0개월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반면 미국은 단 두 차례에서만 금리를 0.75%포인트 올렸고 6월, 7월 회의에서 빅스텝으로 인상, 불과 5개월 만에 금리를 1.7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뉴질랜드는 작년 10월 첫 금리 인상을 시작해 0.25%였던 금리를 2% 수준으로 단숨에 1.75%포인트나 올렸다.

이 총재는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며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면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경기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와 향후 물가와 성장 간 상충 관계가 더욱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장과 물가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 운용의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우리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한 준비에도 소홀할 수 없다”며 “친환경·디지털 전환 가속화, 국제정치 분열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경제 구조 변화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우리의 정책 운영에 어떻게 반영해 나갈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경영혁신안 마련…“제도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다만 이 총재가 이날 기념사에서 가장 크게 강조한 것은 통화정책 방향보다 조직 문화 개선이었다. 9페이지의 기념사 중 6페이지 넘게 ‘수평적 외부지향적 조직문화’로의 개선에 대해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주열 전임 총재 당시 만들어진 머서코리아의 조직 개편 방안을 바탕으로 한은에 맞게 수정한 ‘경영인사 혁신안’을 마련했다. 혁신안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지만 세간에 알려진 ‘직무급제 도입’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총재는 “경영인사 혁신 방안 자체는 하나의 제도적 수단일 뿐”이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에 관한 한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조직 내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자며 “조사역이 저와의 점심 자리에서 ‘지난 번 총재님 연설문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경직된 위계질서를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 “한은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행여 정책적 함의나 대안 제시가 불러온 논쟁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현황에 대한 단편적, 기술적 분석으로만 끝내려는 경향은 없었는지 자문해 보자”며 “경제주체 등 정책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엄밀히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한은이 정책당국으로서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씽크탱크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이는 조직 문화도 강조했다. 권한을 하부에 위임해 개개인이 자기 책임하에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개개인의 인사 자료에 그간 근무한 부서뿐 아니라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개인의 구체적인 성과가 기록되게 해 평가정보가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또 “연수 프로그램이나 멘토링 또는 코칭을 강화해 직원의 역량을 제고하고 급여나 복지 수준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개선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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