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박순애 음주운전'에 "그 자체만 따질 건 아니다"
후보자 감싸기 '내로남불' 논란
여당서도 "인식 안이" 우려 일자
대통령실 "옹호한 것 아냐" 진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음주운전 이력과 관련해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는데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음주운전 이력을 집중 공격하며 음주운전 근절 공약을 내걸었던 것과 비교해도 앞뒤가 맞지 않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관련 질문에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가지 상황이라든가, 가벌성(어떤 행위에 벌을 줄 수 있는 성질)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것을 다 따져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건 아니고”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숭실대 조교수이던 2001년 12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251%로 당시 면허 취소 기준(0.1%)의 2.5배가 넘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정도면 거의 인사불성 상태, 거의 의식을 잃은 정도”라고 했다. 당시 음주운전 형량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이었다. 박 후보자는 250만원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제반사항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평생 법 집행을 해온 분인데,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을 옹호하거나 문제없다고 생각할 리가 없지 않느냐”면서 “다만 시기적으로 오래됐고, 후보자가 사과하고 있는 만큼, 흠결이 있더라도 (장관으로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명을 했고, 국민께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론의 반발이 크고,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는데 윤 대통령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에 대해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추천을 했다면 그분의 의사를 확인해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도대체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간 강조했던 법과 원칙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음주운전 근절 공약을 내걸었던 것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생활밀착형 공약을 표방한 ‘석열씨의 심쿵약속’ 2호 공약으로 ‘실효적인 음주운전 근절 대책’을 내놓으며 “소주·맥주 등에 부과되는 주세 일부를 음주운전 예방과 피해자 지원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이재명 후보의 음주운전 이력을 겨냥해 음주운전 적발자의 면허 취득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발표했다. 이 영상에서 이준석 대표는 “음주운전 그거 완전 살인행위 아니냐”고 했고, 원희룡 당시 캠프 정책본부장은 “음주운전 전과야말로 ‘악질 중의 악질’ ”이라며 “(음주운전 전과자는) 대통령 출마도 못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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