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생수 버렸다"..울진 산불 구호품 방치·폐기

안혜리 2022. 6. 11. 07: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역대 최대 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이 난 지 딱 100일째되는 날입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생필품과 음식 등 이재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는데요.

기부받은 물품 상당수가 창고에 방치되면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혜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창고에 지난 3월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전국에서 보내 온 기부물품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는 '폐기'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상자 60여 개가 모여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비누입니다.

구호물품들이 보관돼 있는 창고입니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이 된 상자들이 쌓여 있습니다.

쌀이 담긴 포장지엔 쥐가 갉아먹은 듯한 구멍들도 보입니다.

산불 이재민들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썩어 버려진 기부물품에는 라면과 우유, 생수 등의 생필품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장도영/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일 경우에는 정말로 아끼지 말고 담당 공무원들이 빨리 이재민들한테 나눠줬으면 이재민들이 얼마나 고맙게 먹겠어요."]

화가 난 이재민들이 군청에 항의하자 울진군은 산불이 난 지 두 달 만인 지난달 초부터 부랴부랴 물품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도영/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이 많은 물을 내버려 두고 이재민들이 사 먹었다는 말입니다."]

황당한 일은 계속됐습니다.

노인들에게 유아용품을 나눠 주는 등 기부 물품 배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최동오/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 : "밭에 갔다 오니 집(임시조립주택)에 옷 봉지를 세 개를 갖다 놓았는데, 그걸 뜯어서 보니까 여자 옷, 아기 옷, 겨울 옷, 그런 것들만 있고..."]

이재민들을 위해 답지한 기부 물품은 15톤 화물차 80대 분량.

이 가운데 15톤의 물품이 폐기됐고, 아직도 많은 물품들이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울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물품) 종류가 분류돼서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오기 때문에 물건들을 분류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저희가 바로 거기에 대해선 인원 투입을 거의 못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재민들에게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기부 물품은 창고에 쌓여만 갔습니다.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국민들의 온정은 빛이 바래고 이재민들의 가슴은 또 한 번 멍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혜리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안혜리 기자 (potter@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