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생수 버렸다"..울진 산불 구호품 방치·폐기
[앵커]
오늘은 역대 최대 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이 난 지 딱 100일째되는 날입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생필품과 음식 등 이재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는데요.
기부받은 물품 상당수가 창고에 방치되면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혜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창고에 지난 3월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전국에서 보내 온 기부물품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는 '폐기'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상자 60여 개가 모여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비누입니다.
구호물품들이 보관돼 있는 창고입니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이 된 상자들이 쌓여 있습니다.
쌀이 담긴 포장지엔 쥐가 갉아먹은 듯한 구멍들도 보입니다.
산불 이재민들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썩어 버려진 기부물품에는 라면과 우유, 생수 등의 생필품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장도영/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일 경우에는 정말로 아끼지 말고 담당 공무원들이 빨리 이재민들한테 나눠줬으면 이재민들이 얼마나 고맙게 먹겠어요."]
화가 난 이재민들이 군청에 항의하자 울진군은 산불이 난 지 두 달 만인 지난달 초부터 부랴부랴 물품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도영/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이 많은 물을 내버려 두고 이재민들이 사 먹었다는 말입니다."]
황당한 일은 계속됐습니다.
노인들에게 유아용품을 나눠 주는 등 기부 물품 배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최동오/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 : "밭에 갔다 오니 집(임시조립주택)에 옷 봉지를 세 개를 갖다 놓았는데, 그걸 뜯어서 보니까 여자 옷, 아기 옷, 겨울 옷, 그런 것들만 있고..."]
이재민들을 위해 답지한 기부 물품은 15톤 화물차 80대 분량.
이 가운데 15톤의 물품이 폐기됐고, 아직도 많은 물품들이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울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물품) 종류가 분류돼서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오기 때문에 물건들을 분류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저희가 바로 거기에 대해선 인원 투입을 거의 못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재민들에게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기부 물품은 창고에 쌓여만 갔습니다.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국민들의 온정은 빛이 바래고 이재민들의 가슴은 또 한 번 멍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혜리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안혜리 기자 (potter@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창+] 북한, 코로나19 사망 절반이 약물 부작용…마약이?
- [단독] ‘술집 폭행’ 한화 3남, 규정 어기고 체육단체장 당선
- 美, 5월 소비자물가 8.6%↑…또 41년 만에 최고치
- 새차 인도 늦어지고 주류 품귀 우려…화물연대 파업 생활까지 영향
- ‘최고 부자’ 송해 선생의 희로애락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⑨ 미국도 정조준…궁지 몰린 권도형
- [현장K] “라면·생수 버렸다”…울진 산불 구호품 방치·폐기
- 손흥민 2경기 연속골 파라과이와 진땀 무승부
- 미-중 국방 첫 대면 회동…타이완 ‘격론’
- [주말& 책] 나의 분신을 만난다면…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