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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진 "남북관계 성격 달라졌다, 北전술핵은 실존적 위협"

정진우 입력 2022. 06. 13. 05:01 수정 2022. 06. 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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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인터뷰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술핵 위협으로 남북 관계의 기본적인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최근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이제 남북관계의 기본적인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우리 안보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는 북핵을 실존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박 장관이 ‘남북관계의 본질적 변화’와 ‘실존적 위협’을 규정한 것은 이제 북한의 핵무기가 언제든 한국을 향할 수 있다는 위급한 안보 인식에 바탕을 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로 대북 정책을 펼쳐온 전임 문재인 정부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그는 비핵화 협상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핵 신고’가 초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움직임에 나서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북한 ICBM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 장관은 동시에 “조건 없는 대화, 즉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결국 대화를 선택하는 것은 북한의 몫”이라고 했다. 지금은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이 언제든 마음을 바꿔 대화 테이블로 나온다면 어떤 의제든 논의할 수 있지만, 대화 자체를 위해 보상을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원칙 표명으로 읽힌다.

박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정상화돼야 한다”고 밝혔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추가 배치에 대해선 “우리 안보에 가장 적합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2일 취임한 박 장관의 공식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는 유지혜 중앙일보 외교안보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찰과 검증 없는 비핵화는 없다”

Q : Q. 북한 비핵화의 문을 열 초기 조치로는 무엇을 생각하나.
A : A. 사찰과 검증이 없는 실질적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얼마나 개발했고, 그것이 어디에 있으며, 관련 시설이 어떻게 조성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Q : Q. 북한이 보유한 핵의 전체 규모 공개, 즉 핵 신고 절차가 초반에 이뤄져야 진정성 있는 비핵화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인가.
A : A. 그렇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Q : Q. 원론적 대화 제안 외에 실질적인 대화 재개 방안도 고민하고 있나.
A : A. 정부는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인도주의, 인권 차원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를 이미 밝혔다. 결국 대화를 선택하는 것은 북한의 몫이다.

Q : Q. 결국 북한이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A : A. 압박과 제재, 그리고 대화와 외교를 균형 있게 잘 조화시켜야 한다. 북한이 강대강 대결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 있는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에 대해선 흑백논리나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접근보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컨더리 제재 전 中 건설적 역할을”

Q : Q. 중국이 추가 대북 제재를 계속 가로막으면,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통해 중국에 더 큰 부담을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A.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꾸준히 유지하며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중국도 북핵에 나름대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본다. 세컨더리 보이콧 등까지 나오면 중국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중국이 대북 정책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Q : Q. 인권과 자유를 중시하는 윤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A : A. 자유와 인권은 국가, 장소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치다. 역내의 인권·자유가 침해될 경우엔 한국도 당연히 관심과 우려를 갖고, 필요한 경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Q : Q. 지금은 신장과 홍콩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인가.
A : A. 그런 문제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알고 있다.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들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을 향해 "대북 정책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Q : Q.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아무리 개방성을 지향해도, 참여국들이 민주주의에 따른 높은 기준을 설정하면 결국 결과적으로는 중국을 배제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 : A. IPEF는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을 바탕으로 인태 지역의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모임이다. 소외나 따돌림은 맞지 않다. 중국이 새로운 규범에 적응하고 참여한다면 중국에도 개방된 모임이다. 선택은 중국의 몫이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회원국의 역할이다.


中 보복 우려엔 “한‧미 공동 대응”

Q : Q. 그럼에도 중국이 제2의 사드 보복 같은 반응을 보일 우려가 있다. 사드 보복 당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방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를까.
A : A. 한‧미는 역내 평화, 번영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고, 그런 규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는 행동에는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도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발전은 상호배타적이지 않고, 중국도 한‧미 동맹의 특수성에 이해를 표하고 있다.

Q : Q.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사드 추가 배치는 이제 선택지에서 배제됐나.
A : A.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 안보와 국익을 위해 가장 적합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한일정책협의단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이를 통해 한일 정상은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신뢰 회복을 위한 고위급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연합뉴스

Q : Q. ‘종료 효력 유예’라는 애매한 상태의 지소미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이 수출 규제부터 철회해야 하나.
A : A. 지소미아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상화돼야 한다. 한·일 양국이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지소미아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 갈등 현안 해결, 포괄적으로”

Q : Q. 한·일 간 과거사 갈등 현안 해결의 원칙은.
A : A. 과거사 문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본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외교적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도 과거를 직시하는 등 함께 성의를 보여야 한다.

Q : Q. 수출 규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등 다른 현안도 많다.
A : A. 모든 현안을 협의하되, 먼저 풀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포괄적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리=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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