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인 尹대통령, 文정부 땐 '北방사포' 맹비난하다 지금은?

2022. 6.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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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포 논란' 대통령실 해명이 맞다, 그러나..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대통령실이 12일 밤 북한의 서해상 방사포 발사와 관련해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은 재래식 방사포의 경우 관련 사실을 수시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관련해 과거 국민의힘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통상 북한의 방사포 발사 수준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아직 탄착 지점 등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서해상 발사 역시 9.19군사합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방사포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도 아니다. 북한군의 일상적 훈련 활동인 셈이다. 만약 발사 지점이나 탄착 지점을 분석했을 때 9.19합의 위반이 맞는 수준의 '도발'이었다면 오히려 뒤늦게 공개한 합참이나 대통령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합참이 뒤늦게 공개한 것도 9.19위반 수준의 '시급성'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과거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북한 방사포를 대하는 태도와 대통령에 취임한 후 북한 방사포를 대하는 태도가 배치돼 보인다는 점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인 12일 밤 9시경 '북한이 오전 8시 7분에서 11시 3분 사이 서해상으로 구경 300㎜ 미만의 유도 기능이 없는 방사포 5발가량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사 이후 10시간이 지난 후 해당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밤 11시경 입장을 내고 "통상 오늘처럼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은 재래식 방사포의 경우 관련 사실을 수시로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가안보실에서 기민하게 대응했으나 즉각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사포 발사 사실 공개 직전까지 영화 관람, 영화인들과 만찬 일정을 진행했다.

합참 관계자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바로 공지하지만, 방사포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로 공지해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0일에도 합참은 9.19합의 위반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북한의 서해상 방사포 발사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3월 20일 합참은 당일 오전 7시 20분경 북한이 서해상에 4발의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방사포 발사 지점은 평안남도 숙천으로, 평양보다 북쪽으로 45킬로미터 위에 위치한 곳이다. 9.19합의상 완충지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선인의 태도는 지금의 태도는 달랐다. 합참이 방사포 발사 사실을 공개하자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3월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간사단 회의에서 "방사포는 9.19 위반 아닙니까? 명확한 위반이죠? 안보 사항에 대해서 빈틈없이 잘 챙겨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9.19합의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낸 데 대한 반대 표시였다. 

국민의힘 허은아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갔다. 윤 대통령의 '9.19합의 위반' 입장을 받아 3월 23일 논평을 내고 "북한의 도발은 이미 올해 들어서만도 11번째이고 방사포 발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위협적인 의도가 분명하고 9.19 합의 정신 위배가 명백해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답변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발사 장소와 낙하지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보의 최일선 장관의 단정적인 답변은 문재인 정권에서 계속된 습관적 북한 감싸기일 뿐,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고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허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들며 청와대를 나와 국민 앞에 더욱 가까이에서 소통하려는 의지마저 반대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 국민을 향한 북한의 안하무인(眼下無人) 안보 위협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호히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굳건한 안보"관을 차별화하려는 수사로 해석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 논란이 되는 지점은 전날 방사포 발포 사실을 밤 9시경 뒤늦게 공개한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칸 영화제 수상작 <브로커>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찾았고, 이어 수상 영화인들과 만찬 일정을 소화했다. 밤 9시경 발표는 만찬 일정 이후 시점이다. 합참이나 대통령실이 방사포 발사 사실 공개 시점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방사포 발사 사실을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3월에는 방사포 발사 문제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안보 태세'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으나, '대통령' 시절인 지금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석연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의 첫 탄도미사일(초대형 방사포) 도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고 안보상황점검회의만 연 것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늘상 (북한이 훈련)하던 방사포였다"며 NSC를 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으나, 지난 3월 방사포 발사 때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던 태도와 달라져 논란이 일었었다.

전임 정부의 '안보 무능' 비판을 위해 북한의 통상적 훈련인 '방사포 발사'를 이용하다가 스스로 스텝이 꼬인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있다.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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