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단둘이 있는 시간 늘자..노인학대 1위가 바뀌었다

어환희 2022. 6. 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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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인학대 신고와 실제 학대로 판정된 건수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조사에서는 아들이 학대 행위를 한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배우자'가 순위를 역전해 최다 가해자로 집계됐다. 노인부부 가구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가정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가족 간 갈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학대 가해자 1위 '배우자'…피해자 76%가 여성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건수는 6774건으로 전년 대비 8.2% 늘어났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건수는 1만 9391건인데, 이 중 35%가 실제 학대로 드러났다. 재학대 건수는 전년 대비 20.4% 늘었다.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이 88%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생활 시설(7.9%), 이용 시설(1.3%) 뒤를 이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학대 행위자는 처음으로 '배우자'가 29.1%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2021년 이전 최다 가해자는 꾸준히 아들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순위가 역전됐다. 아들은 27.2%, 기관은 25.8%로 집계돼 배우자의 뒤를 이었다. 학대 행위자의 성별은 남성이 64.3%로 여성보다 높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대 행위자 성별은 여럿일 때는 복수로 집계하고, 배우자뿐 아니라 아들, 기관 등도 포함된 통계"라면서도 "전체 학대 피해에서 여성이 많고, 가정 안에서 학대가 일어나는 비율도 높아서 남편보다는 아내가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체 학대 피해 건수 6774건 중 약 76%는 여성 피해자다.

코로나19로 자녀들의 발길도 끊기고, 집 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윤신 노인정책과장은 "코로나19로 가정 내 체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동거가족 간의 갈등, 돌봄 스트레스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가구 형태가 변화하는 부분도 가정 내 노인학대 가해자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노인 부부끼리 사는 가구의 비율은 2008년 47.1%에서 2020년 58.4%로 훌쩍 뛰었다.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의 비율은 2008년 27.6%에서 2020년 20.1%로 크게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노인학대가 발생한 가구 형태 역시 노인부부가구(34.4%)가 가장 많았다. 자녀동거가구(31.2%), 노인단독가구(17.6%)가 뒤를 이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뉴스1.

신고의무자 신고 감소…"코로나19로 시설 이용 제한 영향"


가해자가 학대한 이유로는 분노, 자신감 결여, 충동적 등 성격 문제를 의미하는 '개인의 내적 문제'가 36.1%로 가장 높았다. 그밖에 이혼, 재혼, 부부 갈등 등 '개인의 외적 문제'(18.3%), '알코올 및 약물 사용 장애'(12.8%) 등의 이유도 있었다.

학대 유형 별로는 정서적(43.6%), 신체적(41.3%) 학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서적 학대는 비난, 모욕, 위협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로 학대가 이뤄지는 경우다. 이러한 정서적 학대는 지난해 10.5% 늘어났다.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 고통을 입히는 신체적 학대도 지난해 12.1% 늘었다.

다만, 전체 학대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노인복지시설, 요양시설 등 신고 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줄었다.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14.2% 증가했지만,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오히려 8.4% 떨어진 수치다. 비신고의무자인 경찰관·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관련 기관이 전체 신고 건수의 70%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장기요양시설, 사회복지관 등 시설 이용에 제한이 생기면서 신고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직군별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과 신고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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