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와 비둘기로 갈라진 유럽.."우크라이나가 양보" 여론 우세

박은하 기자 2022. 6.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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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매’와 ‘비둘기’로 갈렸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비둘기파가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자는 매파보다 더 우세했다.

유럽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는 15일(현지시간) ‘평화 대 정의 :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유럽의 분열’이란 제목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ECFR이 전쟁 100일을 맞아 이달 초 유럽 10개국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35%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평화 회복이 우선이란 것이다. 반면 러시아를 패배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2%였다.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응답자의 20%는 확고한 양측 의견을 오가는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대한 강경정책을 지지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도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나머지 23%는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가별 여론분포.

폴란드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평화 진영이 정의 진영보다 우세했다. 이탈리아(52%), 독일(49%), 루마니아(42%)에서 빠른 전쟁 종식을 원하는 여론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평화 여론은 16%에 불과했다. 독일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 지지자 모두 평화 여론이 높았으며 부동층은 녹색당 지지자 가운데서 가장 많았다. 이탈리아는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응답 비중이 56%로 가장 낮았다. 반면 미국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20%로 가장 높았다.

정의 진영과 평화 진영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평화 진영의 40%는 반대했고 찬성은 37%에 그쳤다. 반면 정의 진영은 71%, 부동층은 75%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찬성했다. 기존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추가 파병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의 진영(75%)과 부동층(75%)에서는 찬성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평화 진영은 찬반이 각각 41%와 40%로 팽팽하게 갈렸다.

전체 응답자의 42%가 자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의견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인접한 폴란드(58%)와 루마니아(56%)에서 두드러졌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문제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1순위(61%)로 꼽혔으며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남유럽 쪽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특히 높았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은 부동층(77%), 정의 진영(65%), 평화 진영(54%)순으로 높았다. 국가별로 보면 핀란드(91%)에서 가장 높았고 프랑스(67%)와 루마니아(64%)에서는 낮았다. 러시아와 국교를 포함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는 여론은 응답자 통틀어 절반 가까운 49%에 달했다. 경제적 교류 단절에 62%, 문화적 교류 단절에 52%가 동의했다.

ECFR은 “조사결과는 난민 문제 대응,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전쟁으로 인한 생활수준 하락 등에 대한 잠재적 분열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정의와 평화 진영 간 의견 차이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양 진영 간) 격차를 해소할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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