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와 비둘기로 갈라진 유럽.."우크라이나가 양보" 여론 우세
유럽인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매’와 ‘비둘기’로 갈렸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비둘기파가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자는 매파보다 더 우세했다.
유럽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는 15일(현지시간) ‘평화 대 정의 :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유럽의 분열’이란 제목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ECFR이 전쟁 100일을 맞아 이달 초 유럽 10개국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35%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평화 회복이 우선이란 것이다. 반면 러시아를 패배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2%였다.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응답자의 20%는 확고한 양측 의견을 오가는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대한 강경정책을 지지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도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나머지 23%는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
폴란드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평화 진영이 정의 진영보다 우세했다. 이탈리아(52%), 독일(49%), 루마니아(42%)에서 빠른 전쟁 종식을 원하는 여론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평화 여론은 16%에 불과했다. 독일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 지지자 모두 평화 여론이 높았으며 부동층은 녹색당 지지자 가운데서 가장 많았다. 이탈리아는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응답 비중이 56%로 가장 낮았다. 반면 미국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20%로 가장 높았다.
정의 진영과 평화 진영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평화 진영의 40%는 반대했고 찬성은 37%에 그쳤다. 반면 정의 진영은 71%, 부동층은 75%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찬성했다. 기존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추가 파병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의 진영(75%)과 부동층(75%)에서는 찬성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평화 진영은 찬반이 각각 41%와 40%로 팽팽하게 갈렸다.
전체 응답자의 42%가 자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의견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인접한 폴란드(58%)와 루마니아(56%)에서 두드러졌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문제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1순위(61%)로 꼽혔으며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남유럽 쪽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특히 높았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은 부동층(77%), 정의 진영(65%), 평화 진영(54%)순으로 높았다. 국가별로 보면 핀란드(91%)에서 가장 높았고 프랑스(67%)와 루마니아(64%)에서는 낮았다. 러시아와 국교를 포함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는 여론은 응답자 통틀어 절반 가까운 49%에 달했다. 경제적 교류 단절에 62%, 문화적 교류 단절에 52%가 동의했다.
ECFR은 “조사결과는 난민 문제 대응,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전쟁으로 인한 생활수준 하락 등에 대한 잠재적 분열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정의와 평화 진영 간 의견 차이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양 진영 간) 격차를 해소할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네이버, 소프트뱅크에 ‘라인’ 경영권 뺏길판…일본 정부서 지분 매각 압박
- “육군은 철수...우린(해병) 한다” “사단장님이 ‘하라’ 하셨다”···채 상병 사건 녹취록 공
- [스경X초점] “씨X·개저씨” 민희진 기자회견, 뉴진스에 도움 됐을까
- 나경원, ‘윤 대통령 반대’ 헝가리식 저출생 해법 1호 법안으로···“정부 대책이 더 과격”
- 공수처, ‘이정섭 검사 비위 폭로’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조사
- “매월 10만원 저금하면 두 배로”…다음주부터 ‘청년통장’ 신청 모집
- 아동 간 성범죄는 ‘교육’ 부재 탓···사설 성교육업체에 몰리는 부모들
- [초선 당선인 인터뷰] 천하람 “한동훈은 긁어 본 복권…정치 리더로서 매력 없어져”
- 니카라과, “재정 악화” 이유로 한국 대사관 철수 통보
- 현대차, 차량 내부 20℃ 이상 낮춰주는 틴팅필름 개발…‘뙤약볕’ 파키스탄서 실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