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백운규 영장 기각.. 文 정권 향한 검찰 수사 제동

장한서 2022. 6.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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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도망염려·증거인멸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려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15일 기각됐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전 정권을 향한 검찰의 칼끝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보복을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비판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 13일 청구한 구속영장을 오후 9시40분쯤 기각했다. 백 전 장관은 지난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때에 이어 이번에도 구속을 면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일부 혐의 다툼 여지 있어…객관적 증거 이미 확보”

재판부는 기각 사유로 5개를 꼽았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피의자의 지위, 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제반 정황에 비추어,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또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는 등 피의자가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구속된다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당시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의 사표를 받아내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후임 기관장 임명을 부당 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당시 김경원 사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직원들을 종용하고, 황창화 사장이 후임 사장이 될 수 있도록 면접 질문지와 답안지를 전달하는 등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황 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의 측근이다. 백 전 장관은 후임 기관장 임명 전 시행된 내부 인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재임 시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서 일을 처리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심문은 3시간만인 오후 1시35분쯤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청와대 ‘윗선’ 수사 일단 제동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청와대 ‘윗선' 개입 수사 동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 사건과 관련,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달라고 최근 통보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청와대와 산업부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 산하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이 산업부 전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다”며 “일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언론을 통해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다. 표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던 (검찰의)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박 의원 등을 포함한 의혹 등에 검찰의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시 산업부 산하 기관장 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당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도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재판부가 “객관적 증거가 확보됐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기각 사유를 든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재판부가 밝혔지만, 범죄혐의에 대해 대체로 소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수사의 동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2019년 4월 이번 사건과 구조가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당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직권남용 혐의를 받은 김 전 장관이 지난 1월 징역 2년의 확정 선고를 받기도 했지만,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넘어선 증거 확보에 실패하면서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환경부 사건과 판박이 같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검찰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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