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솜씨일리가 없다"..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그린 금박 화조도

이한나 입력 2022. 6.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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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전 통일신라 유물
경주 동궁과 월지 출토물
머리카락 절반 0.05mm 굵기
현미경으로만 식별될 문양
서역과 교류 흔적도 품어 귀중
선각단화쌍조문금박과 머리카락 굵기 비교 모습 [사진 제공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종이처럼 얇게 편 금박에 머리카락 굵기(0.08㎜)의 절반 쯤(0.05㎜) 되는 가느다란 선으로 새 두 마리와 꽃들이 새겨졌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안돼 현미경으로 봐야 제대로 보인다.

지금까지 출토된 국내 고대 공예품들 가운데 가장 정교한 세공술을 보여주는 명작이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나왔다. 서역과 교류 흔적이 있어 금속공예는 물론 회화사와 문화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6년 11월 경주 동궁과 월지 '나'지구 북편에서 각각 발견한 금박 유물 2점이 본래 새와 꽃 그림인 '화조도'(花鳥圖)를 새긴 동일한 개체의 8세기 신라 장식물임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소 측은 조각 기법과 문양을 바탕으로 유물을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으로 명명했다.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 현황 및 구역별 위치도 [사진 제공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견 당시 유물들은 원래 형체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구겨진 상태였다. 한정호 동국대 교수는 "맨눈으로는 분간하기 힘든 유물 두 점이 다른 장소에서 나타나 하나로 합쳐졌다는 사실이 기적 같다"고 감탄했다.

유물은 가로 3.6㎝, 세로 1.17㎝, 두께 0.04㎜다. 순도 99.99% 순금 0.3g이 사용됐다. 사다리꼴 단면에 좌우 대칭으로 새 두 마리를 배치했고, 중앙부와 새 주변에 위에서 꽃을 내려다본 단화(團華) 문양을 철필(鐵筆·끝부분이 철로 된 펜) 같은 도구로 새겨넣었다.

조사단 측은 "새 문양은 멧비둘기로 짐작되고, 단화는 경주 구황동 원지의 금동경통장식, 황룡사 서편 절터에서 출토된 금동제 봉황장식 등에도 있는 통일신라시대 장식 문양이다"라며 "새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은 실크로드·서역과 관련있지만 신라만의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박 유물 전체 사진 [사진 제공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5∼6세기 신라 금속공예품은 많지만, 통일 이후 신라 금속 유물은 적고 순금 제품은 더 적은 편"이라며 "신라 전성기 금속 가공 기술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금박 유물의 용도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나무나 금속 기물에 부착했던 장식물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넓은 금박에 문양을 새긴 뒤 사용할 부분만 오려낸 것 같다"며 "단순 장식용이라기보다는 신에게 봉헌하기 위해 제작된 물품일 가능성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라 금박 유물은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열리는 '3㎝에 담긴 금빛 화조도' 전시에서 공개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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