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다급한 외침 "이대로는 상장폐지.. 전기료 2배 인상해야"

세종=양철민 기자 2022. 6. 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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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원가상승분 반영 등 전기료 개편 요구
1분기 손실만 7.8조..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
21일 실적연료비 결정 앞두고 정부 압박
기재부, 물가잡기 올인.. '고요속의 외침' 될 듯
[서울경제]

한국전력이 연료비 급등으로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전은 오는 21일 ‘실적연료비(1kWh당 ±3원)’ 조정을 앞두고, 매년 결정되는 기준연료비 인상 외에 총괄원가상승분까지 요금에 반영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전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전기요금은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껑충 뛸 전망이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물가잡기’에 올인한 상황에서 한전의 이 같은 요구는 묵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전 측은 자본잠식 우려로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한전의 추가 요구사항이 관철되기는 커녕, 실적연료비 인상과 같은 기본적인 요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전은 16일 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유례없는 국제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인해 기존 연료비연동제 가동만으로는 현재 한전의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한전은 이번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3원 인상 요청뿐만 아니라 추가로 전기요금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에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정부 측에 △기준 연료비 조기 조정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유보 등으로 회수못한 연료비 미수금 정산 △요금에 원가 상승요인 반영 등을 요구했다.

우선 한전 측은 올 상반기 연료비가 급등한 만큼, 직전 1년간의 연료비를 바탕으로 정해지는 ‘기준연료비’를 한시바삐 재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연도 직전해 12월부터 기준연도 당해 11월까지의 연료비 변동분을 근거로 산출되는 2022년도 기준연료비(1kWh당 9.8원)는 올 10월에야 모두 반영된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이 전기요금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요금 인상 시점을 차기정부(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늦춘 탓이다. 정부는 이 같은 늦은 기준연료비 인상으로 한전이 입은 손실만 5조원 내외라고 보고 있다.

한전 측은 이에 더해 올 하반기 실적연료비를 한시바삐 재산정해, 이를 즉시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1년새 유가는 2배, 석탄가격은 3배이상 각각 치솟은 상황에서 지난해 산정한 기준연료비 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전 측은 이에 더해 실적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을 확대해 연료비 변동분 대부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실적연료비는 분기당 1kWh당 ±3원, 연간으로는 1kWh당 ±5원으로 제한돼 있다. 한전은 올 2분기에 1kWh당 33.8원의 요금을 인상해야 했지만, 연료비 조정단가 제한으로 정부에 ‘1kWh당 3원을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마저도 묵살됐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전기료 급등을 막기위한 안전장치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국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국민이 치러야 할 부담은 이자비용까지 포함시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 한전의 판단이다.

한전은 ‘ 비상시 유보’ 등으로 횟수하지 못한 연료비 미수금을 추후에 받을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현재 전기요금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경우, 기재부 장관은 임의로 요금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이유로 실적연료비 인상을 수차례 유보한 바 있다. 한전 측은 추후 미수금 정산이 가능할 경우,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비상시 유보’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전 측은 총괄원가 등 원가 상승요인 또한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애초 오는 2030년까지 전력망 보강에 47조 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으로 추가로 3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비용까지 감안하면 한전의 전력망 관련 투자액은 더욱 늘어난다. 반면 지금과 같은 요금체계에서는 한전이 전력망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빚을 내 조달해야 한다. 전력망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가 계속 우하향할 것이라는 ‘나이브’한 가정을 바탕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도록 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볼 수 있다”며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이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이상에 근거한 망상같은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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