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살 공무원 유족 "文 전대통령 살인방조로 고소 검토"

심석용, 오욱진, 서진형 2022. 6. 16. 18: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양경찰과 국방부는 16일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사망 당시 47세)가 당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천해양경찰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지난 2020년 9월 21일 이씨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지 1년 9개월 만이다. 당시 수사 당국이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기존 발표와 배치되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해경과 국방부는 유족에 사과 입장도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그간 수사상황을 종합한 결과 이씨가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고, 하루 뒤 북한군에 피격돼 숨졌다. 이후 그가 월북 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문재인 정부와 여권은 그의 월북 쪽에 무게를 싣는 뉘앙스를 국민에게 전했다.

이날 해경의 설명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나 이씨의 월북의도를 인정할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골자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과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께 혼선을 드려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월북 판단”에서 1년 9개월 만에 “월북 근거 없어”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020년 9월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앞서 해경은 2020년 9월 29일 이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수사 진행 브리핑을 열고 “이씨가 자진 월북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이 근거였다. 그러나 해경 발표가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유가족도 “이씨가 월북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다. 같은 해 10월 22일 해경은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 수사 관련 간담회에서 “실종 공무원이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1년 9개월 만에 판단이 뒤집힌 것에 대해 김대한 인천해경서 수사과장은 “사건이 북한해역에서 발생해 수사가 어려웠고 국제 형사 사법공조가 1년 6개월간 진행되면서 수사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고 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이씨가 북한 해역에 자의적으로 갔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이 사건 관련해 미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이씨의 평소 인터넷 접속 기록 등까지 파악해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 5월까지 특이점이 포착되지 않으면서 수사를 종결했다. 해경은 이날 이씨 유족에게 북한군의 총기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통지서를 보냈다. 통지서엔 “이씨는 북한군의 총탄 사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나 피의자가 북한군인 것으로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고 북한의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어 수사를 중지한다”고 적혔다.
서해에서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공무원 이씨의 형 이래진 씨가 서울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의 검토 결과를 들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 “문 전 대통령 고소 검토”


지난 1월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의 부인은 경찰에 가로막혀 청와대 영풍문으로 향하지 못했다. 심석용 기자
이 사건 수사가 종결되면서 해경은 이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를 16일 취하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관련 정보도 유족에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이씨 유족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경청,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국가안보실 보유 자료 중 구체적으로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 관한 정보를 유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해경이 작성한 초동 수사 자료와 고인 동료들의 진술 조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료가 공개되더라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자료가 포함돼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단 예측도 나온다.

국가안보실 등의 항소 취하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해당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국가안보실은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이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돼 이전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관리하던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실규명을 포함해 유가족 및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선 공약 이행 차원…대통령기록물 공개는 어려워


이씨 유족은 사건 관련 정보는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사자인 유족은 관련 자료를 다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동생이 월북했다고 볼 수 없다는 수사결과가 나온 만큼 그간 동생을 월북자로 몰아간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을 살인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도 직무유기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씨 유족이 이씨에 대해 순직을 신청할 경우 관련 절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16일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경찰의 최종 수사 결정 발표를 존중하며 희생 공무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 아직 유가족이 순직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신청 시 부처 안에서 최대한 지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