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장대산 민간인 학살지 유해, '유전자 검사' 추진

윤성효 2022. 6. 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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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조 회장 "약품 처리 안해 가능".. 유해 41구 국민보도연맹원 가능성 높아

[윤성효 기자]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경남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서 나온 유해의 신원을 밝혀내기 위한 유전자(DNA) 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조(72)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발굴 현장을 보니 눈물 밖에 나지 않는다"며 "발굴된 유해가 뚜렷하고 아직 약품 처리를 하지 않았기에 유전자 검사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간인 학살지를 발굴하면 보관을 위해 유해를 약품 처리하게 되고, 약품 처리된 유해는 유전자 검사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는 아직 약품처리가 되지 않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주유족회는 지난 7일 이곳에서 개토제를 지낸 뒤 (재)역사문화재연구원(원장 이헌)에 의뢰해 발굴작업을 벌였다. 현장에서는 현재까지 유해 41구가 나왔다.

유해 41구 가운데 두개골이 가장 많은 37점이다. 1구를 제외한 유해는 모두 머리가 북서쪽을 향해 엎드린 채 손목이 철사로 결박된 채 발굴됐다.

다른 매장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유해가 포개진 형태가 아니라, 길이 20m 정도의 구덩이에서 거의 일렬로 나왔다. 유골이 나란히 줄을 맞춰 나온 것이다.

여러 유품도 나왔다. 금니와 치아 브리지 등 치아 치료를 확인할 수 있는 유해가 있었고 옷가지, 단추, 버클, 신발과 함께 탄피 100여 점이 발견됐다. 손, 발목, 허리에 차거나 묶었을 것으로 보이는 고무줄이 다량 확인됐다.

고무신, 부츠, 구두 등 신발류와 도시락, 그릇, 숟가락, 양은그릇 등 식기류도 발굴됐다. 또 약이 든 병이 2개 나왔다.

학살 당한 사람들 가운데는 학생과 여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을 때 깃을 세우기 위해 사용했던 프라스틱 막대가 나왔고, 여성들이 신었던 신발이 발굴됐다.

그동안 이곳과 관련해서는 한국전쟁 당시 트럭에 사람들을 실어와 학살한 뒤 매장했다는 주민 증언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곳에서 학살된 사람들을 진주교도소 재소자들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굴 결과 재소자가 아니라 국민보도연맹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헌 역사문화재연구원 원장은 "지금까지는 재소자로 여겨졌는데 발굴을 통해 나온 유품을 보니 국민보도연맹에 가까워 보인다. 도시락 등 식기류라든지 신발, 옷가지 등을 볼 때 재소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연조 회장 역시 "발굴 결과 예비검속자 내지 국민보도연맹원으로 보인다"며 "당시 지서(경찰)에서 집으로 돌려 보내 주겠다고 속여 트럭에 태워 와서 집단 학살한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유족회는 유해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 집중해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왜 학살됐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며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민간 주도로 할 수 없기에 관에서도 이를 위해 도와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이헌 원장은 "유해를 약품처리해버리면 안된다고 한다. 아직 이곳 유해는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검사가 가능할 것"이라며 "뼈가 여러 개 덮여 있는 형태가 아니고 한 구씩 나왔기에 검사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발굴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김영희(58)씨는 "유해는 1m도 안되는 깊이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여러 유해와 유품이 나와 다들 놀랐다"며 "특히 약품이 든 병 2개가 나왔는데, 약은 빨간색이었다. 아직 뚜껑을 열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사문화재연구원은 17일부터 노출된 유해를 수습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다음 주까지 계속한 뒤 현장은 흙으로 덮고 철수하게 된다. 연구원은 발굴된 유해, 유품을 가져가 세척과 계측 과정을 거쳐 성별과 연령 등을 분석한 뒤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진주지역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가 20곳 정도로 추정되고, 이번 발굴은 10번째로 진행됐다. 발굴된 유해, 유품은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임시 안치소(컨테이너)에 보관될 예정이다.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 진주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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