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고사해서? 한동훈 장관이 인사 주도하려고? 늦어지는 검찰총장 인선
검찰총장 공석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검찰이 빠르게 체제를 전환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국정 요직을 꿰차 ‘검찰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터에 정작 검찰 수장의 공백 상태는 길어지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검찰 후속 인사도 총장 없이 단행될 수밖에 없게 됐다. 누가 차기 총장에 오르든 검찰 인사의 전권을 행사한 한 장관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차기 총장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검찰총장직은 전임 김오수 총장이 퇴임한 지난 5월6일 이후 한 달 넘게 공석이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석 달 넘게 공석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 추천위 구성부터 검찰총장 취임까지 석 달이 걸린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총장 인선 지연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추측만 무성하다. ‘구인난’이라는 해석부터 ‘전략적 지연’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을 떠난 인사들에게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관리형 총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인사검증 동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검찰 간부는 “이미 진용이 갖춰져 있는데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며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한 인사는 후임 총장으로 법무부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이 후속 인사까지 확실히 주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총장 인선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부에서 초대 검찰총장 인선이 신속하게 단행된 점에 비춰보면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각영 총장에게 임기 보장을 약속했다. 이 약속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인선한 시점보다 한 달 이상 빨랐다. 그러나 김각영 총장이 노 대통령 취임 12일만에 검찰 인사에 반발하며 사퇴했고, 노 대통령은 사퇴 이틀 만에 송광수 총장을 차기로 내정했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11일 만에 노무현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임채진 총장의 유임을 확정했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인 2013년 1월부터 총장 후보 추천위를 가동해 정부 출범 18일만에 채동욱 총장을 내정했다.
초대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닮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약 두 달 만에 문무일 총장을 내정했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검찰 인사를 단행한 점도 닮은 꼴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했다. 법무부 장관도 없는 상태였다. 윤석열 정부는 한동훈 장관이 취임 직후 인사를 단행해 이원석 대검 차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했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 2·3·4차장까지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다.
후보 추천위 구성이 늦어지는 만큼 다음주로 예정된 검찰 후속 인사도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단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 개진권이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다. 후임 검찰총장이 누가 되건 ‘식물 총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장관이 임명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검찰총장이 어떻게 장관을 견제하고 법무부와 검찰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겠느냐”며 “장관이 민정수석 역할에 이어 검찰총장 역할까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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