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사의 뿌리는 '오리엔트·중동'
아나톨리아 문명부터 오스만·무굴까지
15개 제국·왕국의 역사 면밀하게 추적
"그리스·로마문명도 오리엔트에서 파생"
기존 서양사 중심의 세계관 뒤집어 주목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터키의 도시 샨르우르파에서 북동쪽으로 18㎞ 정도 가면 하란고원 정상부가 나온다. 이곳에는 주변보다 약 15m 높은 반경 300m 안팎의 널따란 언덕 같은 곳이 있다. ‘배불뚝이 언덕’이라는 의미의 ‘괴베클리 테페’이다.
1990년대, 한 농부가 이곳에서 밭을 갈다가 돌기둥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다. 돌기둥을 파내서 살펴보니 꽤 정교한 무늬가 조각돼 있었다. 돈이 되겠다고 판단한 농부는 이를 시장에 내다팔려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마침 이 소식은 인근 지역에서 신석기 유적을 발굴 중이던 독일 출신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 교수에게도 알려졌다. 그는 농부와 함께 돌기둥이 발견된 장소를 찾아갔고, 이 일대에 신전 같은 것이 매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괴베클리 테페 유적은 약 1만 년 전 ‘농경의 시작과 정착-도시의 건설-문명의 형성’이라는 ‘신석기혁명’ 이론 패러다임을 뒤집는 놀라운 것이었다. 종교적 의례가 농경보다 앞선 문명의 시발일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중부의 도시 코니아에서 동남쪽으로 52㎞ 떨어진 곳에서도 약 9500년 전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시대 거주지 차탈회위크가 발견됐다. 차탈회위크는 200여 채의 가옥이 있고 8000명 정도의 사람이 거주한 공동체 거주지로 드러났다.
저자는 이에 따라 초고대 아나톨리아 문명부터 히타이트·프리기아 등 고대 오리엔트 문명, 압바스 제국을 비롯해 7세기 이후 이슬람 왕국들의 역사를 거쳐 근대 오스만·무굴 제국의 성쇠까지 아나톨리아 반도와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인도아대륙,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까지 아우르며 이 일대에서 일어나고 스러졌던 15개 제국과 왕국의 역사를 면밀히 추적해간다. 이를 통해 오리엔트-중동 세계의 1만 2000년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복원해낸다. 특히 그간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히타이트와 프리기아, 파르티아 등 오리엔트 고대 문명을 선명히 조명함으로써 끊어져 내려오던 인류사의 뼈대를 바로 세웠다는 평가다.
저자의 이 같은 시각은 세계사를 보는 패러다임 대전환이 아닐 수 없다. 그간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해 중세-대항해시대-르네상스-종교개혁을 거쳐 산업혁명과 근대 문명으로 귀결되며 세계사(世界史) 이름을 독점했던 기존 서양사나, 균형을 내세우며 중국사가 독차지하다시피 한 동양사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리스-로마 문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는 그리스-로마 문명은 인류의 뿌리이자 모태인 오리엔트에서 뻗어나간 줄기문명이라고 평가한다. 즉, 그리스의 모태문명인 크레타 문명은 남쪽의 이집트문명과 동쪽의 오리엔트 문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종합 해양문명이었다는 거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달기사 멋대로 커피마셔 지적하자 배차취소” 점주 분통
- “이혼은 해주고 즐겼으면 해”… 황정음 측, 누리꾼과 설전 후 “본인 맞아”
- “앗, 이게 무슨 냄새?” 사춘기 되면 몸 냄새 강해지는 이유 [건강+]
- 군인에게 3천원 더 받던 무한리필 식당… 결국 폐업
- “여자친구인척 해주겠다”던 후배, 결국은…
- 여교사 자리 비운 사이…남고생, 텀블러에 몰래 체액 넣었다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혜리 “1년간 집에 박혀 아무것도 안 해, 비울 수 있는 시간 필요”
- “‘혼전순결’ 강조했던 남편의 비밀, 이혼 가능할까요?”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