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궁금했던 DMZ 평화·안보관광[8인8색 여행특집]

2022. 6. 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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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와 동행.. 고석정서 노동당사까지
이전부터 궁금했다.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를 방문하면 바로 위에 보이는 민간인 출입 통제소. 그 안, 비무장지대(DMZ)는 어떻게 생겼을까.

철원평화전망대에서 본 비무장지대. 수풀이 우거진 저 아래 어디쯤 아직 발굴·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궁예도성이 있다. / 정용인 기자


지난 6월 13일 방문한 고석정에서 ‘DMZ 평화(안보) 관광 안내’라는 전단지를 접했다. 고석정에서 출발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거쳐 노동당사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를 운영한다고 했다. 회당 선착순 50명 또는 차량 20대 이하. 평일에는 오전 10시, 오후 2시 2회 운영하며, 주말엔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운영한다(매주 화요일은 휴무). 당일 선착순 방문접수라고 하는데, 오전 9시와 오후 12시 30분 두차례 접수한다(평일·주말 동일). 수요일에 가기로 목표를 잡았다. 그런데 비가 온다.

“비 온 날이 오히려 좋아요. 이따 전망대에 가면 오히려 미세먼지 많은 날보다 더 멀리 보이는데….” 이날 문화해설사를 맡은 김은주씨의 말이다. 나이를 묻지는 않았는데, 제2땅굴을 발견한 해가 열 살이라고 했으니 1965년생이다.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땅굴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연일 TV 화면을 장식하는 게 많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민정경찰’ 군차량

비 오는 수요일인데도 관광객이 적지 않았다. 의외였다. 기자의 차량을 포함해 이날 행사에 나선 차량은 13대. 대부분 장년·노년층이다. 차 13대에 30~40명이 나눠 타고 이동했다. 문화해설사 김씨는 날씨가 궂은 날, 특히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릴 때 ‘DMZ 경치’가 좋다고 말했다. 어쨌든 출발.

안의 풍경은 어떨까. 여느 인적 드문 시골과 별반 다를 건 없었다. 가끔 다니는 군용트럭이 ‘민정경찰’이라는 표지를 달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어떻게 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다. DMZ의 사전적 의미는 비무장지대다. 무장, 그러니까 총기류는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약 4㎞ 공간에서는 들고 다닐 수 없다. 정전협정을 맺을 당시 여기에 사는 민간인들은 체제와 상관없이 평화롭게 오순도순 살 수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실제 그런 마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 인근의 대성동(남측)과 기정동(북측) 마을이다. 한국의 경우 대성동 마을 주민에게는 납세와 국방의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대성동과 달리 이쪽(철원)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직접 거주하지 않는다. 출입허가증을 받아 통제소 검문을 거쳐 출입한다.

첫째 방문지는 철원평화전망대. 2층으로 올라가면 북쪽으로 난 창문을 마주하고 극장 의자처럼 객석이 있다. 여기서 이곳 상황을 브리핑하는 비디오를 10여분 본 다음 밖에 나가 육안으로 구경하거나 쌍안경으로 관측하게 돼 있다. 건물의 내부 구조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거의 똑같다. 설마 같은 설계도로 지은 것일까.

DMZ 안쪽에 있는 경원선 월정리역. 박근혜 정부 시기 백마고지역과 연결 공사가 한 때 진행되었으나 목함지뢰 도발 사건 등으로 결국 중단되었다. / 정용인 기자


오두산이나 강화도와 같은 전망대와 달리 군사분계선 인근의 전망대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쌍안경으로 확대해봐도 보이는 건 남북측의 GP(최전방 감시초소)들이다. 김씨는 “문재인 정부 때 남북이 각각 60개씩 GP를 없애는 것으로 약속했는데, 우리는 60개, 북은 160개였다”라며 “우리만 무장해제를 한 셈”이라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야 말할 수 있다’는 걸까.

전망대 너머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에는 통일신라 말과 고려 건국 사이에 궁예가 만들었다는 태봉국(泰封國) 도성지(일명 궁예도성)가 있다고 하는데 수풀이 우거져 육안으로는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조사에서 유구들을 일부 확인했는데 공식적인 발굴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무장지대 안쪽이라 실제 발굴조사가 이뤄진다면 남북고고학계 공동조사의 형태가 될 터. 2018년 9·19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비무장지대 내 역사유적 공동조사와 발굴과 관련한 조항이 들어가면서 곧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궁예도성 발굴, 언제쯤 이뤄질까

그리고 방문한 경원선 월정리역. 차로 5~10분 거리에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경의선 곳곳에 남아 있던, 일제강점기 역사(驛舍) 형태로 지어진 간이역이다. 실물이 아니라 복원된 것이라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제 막 단장공사를 한 듯,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에선 예상할 수 없었던 페인트 냄새가 난다. 그 외 별반 시설은 없다. 낡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 간판이나 부서진 북측의 열차도 나중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다(심지어 북측 열차 뒤편엔 2000년대 초반까지 운영하던, 1960년대에 제작된 디젤열차가 옮겨져 있다). 같이 간 관광객들은 ‘←철원 | 가곡→’이라고 적힌 월정리역 이정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월정리역에서 다시 노동당사로 가는 길엔 얼음창고와 철원 농산물검사소가 있다. 김씨는 “농산물검사소에 달린 문이나 유리창은 한국전쟁 전에 만든 게 지금까지 그대로 달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려서 구경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만 볼 수 있다. 철원군청 관광과 관계자는 “내려서 보려면 군(軍)의 허락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관련 협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블로그 등에 올라와 있는 사진도 “군 허락하에 일시 정지해 찍은 사진일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원래 DMZ 평화관광 일정에는 제2땅굴도 포함돼 있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대고 있다. 철원군청 관계자는 “땅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꽤 좁은, 한 길로만 드나들 수 있는데 마스크를 쓰면 덥고 숨이 차 벗게 마련이라 부득이하게 관광을 중단하게 됐다”라며 “당분간 못 가는 김에 주변 환경 정비 사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은 DMZ 밖으로 나와 철원 노동당사 방문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DMZ 평화관광 이용요금은 성인을 기준으로 철원 군민은 1000원, 관외 사람은 2000원이다. 차는 고석정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고석정 주차요금은 30분 이상 1일 2000원이다. 여기에 철원평화전망대에 올라가려면 모노레일 이용요금 2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도보 선택 가능). 도합 1인당 6000원의 비용을 예상하면 된다. DMZ 방문 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은 필수다. 미성년 자녀라면 주민등록등본 등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들고 가야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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