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누에치기..문화재적 가치 조명 시작
[앵커]
비단을 짜는 실, 즉 명주실의 원료가 바로 누에고치입니다.
하늘이 내린 벌레라고도 불리는 이 누에를 키우는 양잠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양잠의 가치를 살펴보고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이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갓 부화한 '개미누에'에 잘게 자른 뽕잎을 먹입니다.
사나흘, 충분히 먹은 '개미누에'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간의 긴 잠을 잔 뒤 깨어납니다.
이 과정을 세 차례 더 거치면, 어른 누에가 됩니다.
성체가 된 누에는 입에서 실을 뱉어,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집을 만듭니다.
바로 누에고치이자, 여기서 뽑은 실이 비단의 원료입니다.
반백 년, 누에와 함께 하는 사이, '잠실'의 온도와 습도, 먹이까지.
누에가 잘 자라는 환경을 살피는 것은 이제 본능이 됐습니다.
그날 그날의 시행착오를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은근/충북 보은군 : "샘도 우물도 한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오는 법 아니에요. 그러나 하다가 실패한다고 그치면 안 돼요."]
70년대 호황을 맞았던 국내 양잠 산업은 대체 섬유 개발과 수입 증가로 수요가 줄면서 차차 쇠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양잠은 인류와 함께해 온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우리 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박종선/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비법으로 일부 농가들만 할 수 있는 것들인데요. 전통 문화가 단절되면서, 고령화가 되면서 일부 농가들만 고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충북 보은의 뽕나무 재배와 누에치기를 미래 무형문화 유산 발굴 육성 사업으로 지정하고 기초 자료조사와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만영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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