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방, 우크라 '출구전략' 고심..영토양보·휴전 논란 확산
유럽 여론조사서 "영토양보·휴전" 35%
美도 태도변화.."우크라 내부 부패 감독해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하더라도 빨리 휴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각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해졌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표면적으로는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군사적 지원을 다짐하고 있으나 미세한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러시아는 이러한 서방 국가들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전선을 최대한 축소, 고착화하는 하편 에너지와 식량·자원 무기화를 통해 계속 서방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역이 한반도처럼 분단돼 장기대치 상태에 놓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럽 시민 42% "지원 이미 과도"19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독일 매체인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수년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한다"며 "군사 지원 비용과 전세계적인 에너지와 식품가격 급등의 대가가 크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를 이번 전쟁에서 막지 못해 그들이 침략행위를 계속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우리는 더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유럽 각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가 지난 15일 유럽 10개국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조속히 전쟁을 끝내야한다(35%)"는 응답이 "러시아를 패배시켜야한다(22%)"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42%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유럽국가들의 입장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 영국과 폴란드, 발트3국 등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확실한 패배를 바라며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 중인 반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조속한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외교 난제 산적한 美, 출구 전략 찾나우크라이나의 핵심 지원국인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전·현직 관료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내부의 부정 부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아무런 감독·감시기구 없이 집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800억달러(약 103조원) 이상 군사원조를 했음에도 부정부패로 붕괴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존 소프코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실(SIGAR) 특별감사관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도둑은 생기게 마련이며 위법행위나 족벌주의, 낭비와 남용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아프간에서 우리가 배운게 하나 있다면 지원 초기부터 감독해야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정부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한 신속 지원을 위해 감독기구 설치없이 긴급지원을 실시했다. 현재 하루평균 군사원조 및 각종 경제지원에 1억3000만달러(약 1680억원) 이상이 우크라이나로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우크라이나가 이기도록 돕고 싶다"고 한 발언에 대해 수위조절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충돌 우려를 키울 수 있고, 우크라이나에 지나친 지원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물가급등세를 꺾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와 석유 증산 유도, 이와 연계된 이란핵협상 복원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크라, 한반도처럼 분단될 것"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되도록 전선을 축소·고착화시키면서 에너지와 식량 등 자원무기화 전략으로 서방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은 지난 18일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터키스트림 가스관의 가스공급을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초에는 독일로 연결된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공급량을 기존보다 6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국의 점령지역으로 갈라져 한반도처럼 종전없는 장기 대치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며 "군사 규모나 화력 면에서 러시아에 뒤쳐진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전선을 교착상태로 버텨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측도 8월까지 반격을 가한 뒤,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대러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아라카미아 의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협상에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반격작전을 수행 중이며, 8월말까지는 러시아와 평화협상에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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