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화상판매기 도입 멈춰라"..약사회장 삭발 '반발'
약사와 화상통화로 약 구입
과기정통부, 10곳 운영 허용
약사회 “의약품 오용 위험 커”
‘환자 편의 위해 필요’ 반론도
약사와 화상통화한 뒤 감기약 등 의약품을 처방받아 구매할 수 있는 일명 ‘약 자판기’ 도입을 앞두고 약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약품 오용 위험이 크고 영리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심야에 약을 살 수 있는 약국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의약품 화상판매기는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2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특례를 승인한 11개 품목에 들었다. 약국이 아닌 곳에서는 의약품 판매를 금지한 약사법 등 규제를 면제받고 3개월 동안 10곳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12년 처음 시중에 등장해 논란이 된 지 10년 만이다. 규제특례가 실제 적용되면 약국 앞에 설치한 기기를 통해 약사와 화상으로 상담한 뒤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약사단체는 화상판매기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심의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대한약사회는 대통령실 앞에서 ‘국민 건강권 사수를 위한 약 자판기 저지 약사 궐기대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최광훈 약사회장은 심의 개최에 항의하는 뜻으로 머리카락을 밀었다.
약사회가 화상판매기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의약품 대면구매 원칙 훼손’ ‘의약품 오용으로 인한 부작용 증가’ ‘특정 기업 중심 영리화와 지역약국 붕괴 유발’ 등이다. 하지만 화상판매기 역시 약사가 화상으로 약을 사려는 사람과 상담한 뒤 처방하게 되므로 대면원칙 훼손이나 오용 우려 등은 기우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약사회는 영리화가 심해지면서 ‘동네약국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한 약사가 여러 화상판매기를 운영하며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상판매기 개발업체를 운영 중인 약사 박인술 대표는 21일 통화에서 약사회의 주장을 “억지”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심야약국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충하려면 엄청난 재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밤에는 구매자가 많지 않아 약국 문을 열려는 약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문제를 고민했다. 2020년 6월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상판매기 도입 대신 심야약국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지난 3년간 약사계가 실효성 있게 그것을 실행해온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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