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수업 가던 중1에 부딪힌 노인 사망..책임져야할 세 사람 [그법알]

강광우 2022. 6.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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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44]중학생이 실수로 일으킨 사망 사고, 그 복잡한 책임 다툼


2015년 11월 어느 날, 경기도 김포시의 한 중학교 축구 동아리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학교 인근의 축구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두 줄 정도로 무리를 지어 가볍게 뛰며 축구장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고가 발생합니다. 무리에 섞여 있던 중학교 1학년 A(13)군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노인 B(79·여)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쳤습니다. B씨는 그 충격으로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중증 뇌손상을 입었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습니다. B씨는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동아리 지도교사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지도교사는 당시 학생들에게 이동할 때 주의사항을 당부한 뒤, 학생들의 책가방과 축구공, 구급 약품 등을 차에 싣고 먼저 이동했습니다. 이 학교 교장은 이 사고 직전에도 동아리 활동과 관련해 각 담당 선생님에게 학생들만 이동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예방에 유의하도록 주의를 당부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질문!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실수로 발생한 사망사고,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책임 주체가 여럿이라면 그 손해배상 책임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관련 법률은?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을 때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에 따라 그를 감독할 법정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 판단은?


이번 사건에서 미성년자인 A군을 감독할 의무가 있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요. 가장 쉽게 A군의 부모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또 학교 동아리 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학교장과 지도 교사도 일부 책임을 질 수 있겠죠. 이 학교를 설립·운영하는 경기도까지도 책임의 주체로 확대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A군의 부모는 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배상 책임져야 할 경우를 대비해 2곳의 손해보험사에 보험을 들었습니다. A군이 다니는 중학교는 학교안전법을 근거로 설립된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이하 중앙회)와 공제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교장, 교직원, 학생이 교육 활동과 관련된 사고로 제삼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경우 공제금을 지급하는 계약이죠.

실제 B씨는 사망하기 전 A군의 부모와 그들이 가입한 손해보험사 2곳, 그리고 경기도와 중앙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8년 1심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공동으로 총 1억4000여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가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A군의 부모에 대해서는 “이 사고가 학교 동아리 활동 중 발생한 사고이긴 하지만 사고 장소가 일반인들도 보행하는 인도인 점을 고려하면 지도 교사의 감독 의무 해태만으로 발생했다고 할 순 없다”며 “부모도 자녀가 일상생활에서 이동 중 늘 전방을 주시하며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를 시켜야 할 보호 ·감독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보험사 2곳에 대해선 “배상책임보험의 보험자로서 A군 부모가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지는 손해배상책임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피해자인 B씨는 보험사들에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기도를 상대로는 “교장은 지도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이동하도록 주의를 당부했는데 먼저 차량으로 이동해 지도교사의 보호·감독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경기도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속 공무원인 지도교사의 과실로 B씨에게 입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중앙회에 대해서도 “공제계약에 따라 피공제자인 학생이 교육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사고 손해배상책임에 따른 손해에 대해 공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들이 총 책임져야 할 금액은 1억4000여만원입니다. 1심 재판부는 A군의 부모와 경기도는 1억4000여만원, 보험사 2곳은 각각 9300여만원과 4700여만원,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1억원 '한도' 내에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결국 총 1억4000여만원에 대한 배상 책임을 법원이 정한 한도 내에서 피고들이 다시 나눠야 합니다.

이 사건 재판에서는 보험사 2곳만 항소를 했고, 중앙회는 먼저 유족에게 1억원을 지급했습니다. 그 후 중앙회는 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1억원 전액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하는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구상금 청구 사건의 1심과 2심은 중앙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중앙회가 이미 지급한 1억원에 대해 보험사 2곳이 나눠서 물어주라는 것이죠. 학교안전법이 정한 학교안전공제 제도에 따라 중앙회가 지급한 공제금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책임보험자에게 그 전액을 구상할 수 있다는 2019년 대법원 판례가 그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걸 또 뒤집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전국의 학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학교안전공제'와 달리 학교가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학교배상책임공제'는 가해자 측 보험사에 구상권을 전액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학교안전공제'는 학교안전법에 따라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A군은 '가해자'이기 때문에 별도의 가입이 필요한 중앙회의 '학교배상책임공제'가 적용됐습니다. 대법원은 법적으로 가입 의무가 부과되는 학교안전공제와 일종의 수익사업인 학교배상책임공제는 달리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결론적으로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학교안전법에 따라 보험사들에 전액을 구상할 수 없고, 일정 부분에 한해서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기환송심에서 중앙회와 보험사 2곳은 다시 책임 비율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법알

「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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