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나친 이익추구" 이복현 한마디에..5대銀 모두 대출금리 내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대출금리 상승 속도 조절을 주문한 가운데 5대 은행이 금리 인하를 위한 가산금리 조정 작업에 일제히 착수했다.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에 기댄 금융회사의 과도한 이익 추구 행위를 비판한 신임 금감원장의 압박에 대출금리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은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금리를 인하하기로 하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특히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은행들 사이에 공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표금리(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와 코픽스(COFIX) 등이 계속 오르고 있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17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간접 화법을 썼지만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금리 속도 조절을 당부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글로벌 동반 긴축 등의 영향으로 최고 연 7%대(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 기준)에 진입하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한 번에 인상)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이 이어질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초저금리 시기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올인했던 '영끌', '빚투' 족과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언급 후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기로 하고 대상 상품과 가산금리 조정 항목과 인하 폭 등에 대한 세부 검토에 착수했다. 대출 고객이 은행에 내는 최종 대출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은행채나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개별은행이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가산금리는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인건비·전산처리비용 등), 법적비용(보증기관 출연료, 교육세 등), 목표이익률(은행이 부과하는 마진율), 가감조정 전결금리(우대금리)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한 번 정해지면 만기까지 똑같이 적용되므로 금융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21일 가계 및 중소기업 여신 관련 부서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금리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취약계층이 피부에 와닿는 이자부담 완화 방안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기에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KB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도 "가산금리 인하를 포함해 룸(금리인하 여지)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시행 중인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 인하 정책을 확대해 대출금리를 더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 역시 "시장 상황을 감안해 가산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23일 여신 유관부서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전날부터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p) 낮췄다. NH농협은행도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p 확대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를 일괄적으로 내리려면 우대금리를 모든 고객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면 된다"며 "다양한 방안을 포함해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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