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차 두 대나 빠져" 구경 오는 '그 갯벌' 가보니
인천의 한 갯벌에 물이 빠지면 생겼다가 물이 차면 사라지는 길이 있습니다. 잘 모르고 들어간 차들이 그래서 갯벌 한가운데에 자주 갇힙니다.
이번 달에만 두 대가 그랬는데 뭔가 방법이 없을지,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제가 있는 곳은 인천 옹진군 영흥면입니다.
제가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이실 겁니다.
또 이 섬과 반대편 섬이 동 떨어진 것처럼 보일 텐데요.
하지만 물이 빠지면 전혀 달라집니다.
[양식장 외국인 노동자 : 1시간 걸려. 조금 이따가 바다 없어. 괜찮아. (그럼 1시간 동안 계속 기다리세요?) 응, 기다려.]
실제로 물이 빠지기 시작해 30분 만에 길이 보이고, 1시간이 지나자 두 섬이 연결됩니다.
폭 5m, 길이 600m의 이곳은 '선재로 95번길'.
선재도에서 측도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데, 하루 두 번, 길이 닫히고 열립니다.
섬 마을이지만 주변 풍경이 예뻐 많이 찾아옵니다.
[장영순/인천 주안동 : 일주일에 한 서너 번씩 와요. (와서 어떤 시간 보내세요?) 와서 공기 좋고 뭐 그거죠.]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지나야 하는데, 길과 갯벌의 경계가 없습니다.
[정귀성/인천 학익동 : 아무리 길어도 15일 전인 것 같아요, 내 기억엔. SUV 차 세 대가 저기 있었어요. 근데 가는 길이 없는데 어떻게 갔을까 궁금했어요. 배포도 큰 사람들이죠.]
사고가 잦은 특정 지점도 있습니다.
[문경숙/인천 선재도 주민 : 어민들이 바지락 같은 거 채취하러 가시는 일이 있어요. 길이 조금 있는데. (관광객이) 거기 가서 돌릴 데가 없으니까 후진하다가 그 옆으로 빠지는…]
들어올 수 있는 길에서 조금만 비껴나면 드넓은 갯벌입니다.
사람이 걷기에도 어려울 정도인데요.
제가 잠깐 서 있었는데 발이 이렇게 빠질 정도입니다.
지난 6일과 13일, 전기차와 SUV가 빠진 그 갯벌입니다.
[백승명/인천 측도 주민 : 차들이 많이 오니까 그렇게 빠지더라고요, 차들이. 경찰차 그런 것도 가끔 오더라고.]
궁금해서 보러 오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방문객 : 일부러 온 거예요. 와 본 거예요. 안 빠질 것 같은데? 차 두 대나 빠지지 않았어요?]
길 입구에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위의 조수알림판을 꼭 확인하라는 건데, 알림판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군청에 따르면 10여 년 전 설치됐는데,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됐습니다.
[인천 선재도 주민 : 제가 민원을 한두 번 정도 넣었다가 두 번 고쳤는데, 이제는 포기.]
주민들은 각자 매일 물때를 확인하는데, 길이 익숙해도 사고가 납니다.
[천병욱/측도 주민 : 기둥이 있잖아요. 들어오시면서 봤죠? 그걸 기준으로 옆으로 가는 거죠. 가로등이 있어요. 근데 해무가 끼면 안 보여요.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다리를 놔 달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서금분/인천 측도 주민 : 다리나 좀 놔줬으면 좋겠어, 다른 건 바랄 것도 없고. 하다 못해 공구리(콘크리트)라도 조금 높이면 다니기가 좋잖아.]
다만 당분간은 어려워 보입니다.
[인천 옹진군 관계자 : 여긴 지금 통행이 불편할 뿐이지 연결은 돼 있다고 보이는데, (다리 건설에) 200억원 정도 추산되고요. 예산 재정이 좀 좋아지고 하면 추후 장기적으로 검토를…]
대신 군은 갯벌 사고를 방지할 시설물 설치를 전문 업체와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일어난 사고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미 이곳은 걱정과 불안, 불만이 있어왔습니다.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각별한 주의는 물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입니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인턴기자 : 이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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