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40] 플로리다의 나폴리
흔히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불리는 나폴리는 남부 이탈리아의 도시다. 그런데 미 대륙의 오른쪽 귀퉁이에 꽁지처럼 튀어나온 플로리다에도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다. 1886년 남부군 장군과 그의 파트너였던 켄터키의 사업가에 의해서 발견돼, 1889년 첫 호텔이 개관했고 이후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따듯한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 반도 서남쪽의 위치가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미국인들은 나폴리를 영어식으로 ‘네이플스(Naples)’라고 쓰고 발음한다.
인구 2만 명의 이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정착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날씨가 좋은 만큼 LPGA 골프대회가 매년 열리고 해양 스포츠와 레저도 발달되어 있다. 은퇴자들의 도시라고 하지만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은 충분하다. 홈인테리어, 갤러리, 부티크, 꽃집 등이 많고 부동산 개발과 의료, 조경, 반려동물 산업도 크게 발달되어 있다. 해변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 로비에서 난생처음 돔페리뇽(Dom Perignon) 샴페인 자동판매기를 보았다. 이 호텔에서 개최되는 와인 경매 또한 유명하다.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허영이나 사치, 천박함은 없다. 부지런한 은퇴자들이 많아 마을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전통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의 방문도 많다. 특히 주변에 섬이나 습지, 늪이 많아 악어와 같은 동물, 열대 식물과 환경을 둘러보고 조개잡이를 즐기는 생태관광이 큰 인기다. 멕시코만(Gulf of Mexico)으로 저무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사실 이렇게 불리는 장소는 여럿이다)을 볼 수 있다는 곳이기도 하다.
더 이상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 은퇴자들을 위한 레스토랑도 700여 개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도시의 이름 때문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특히 많다는 점이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로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같은 낭만적인 휴양도시를 꿈꾸며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름의 유래로 만들어진 전통이 재미있다. 많은 경우 작명(作名)은 운명(運命)을 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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