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결국 뚫렸다.."검역 한계" 인정한 질병청
피부 병변 있었지만 검역소 통과
"긴 잠복기 탓 완벽히 거르지 못해..과다한 불안 경계해야"
한국에서 두창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왔다.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두번째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잠복기가 3주로 긴데다, 피부 병변이 신체 노출 부위에 있지 않으면 사실상 검역 단계에서 완전히 차단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입국자 자발적 신고와 지역사회 내 의료기관 확인과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질병관리청은 22일 국내에 입국한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 2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질환에 대한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해 발령했다.
질병청이 유전자검출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분석을 실시한 결과, 독일에서 귀국한 내국인 A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4시경 귀국했다. 입국 전인 지난 18일에 두통 증상을 시작으로, 입국 당시 미열(37.0℃),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 및 피부병변이 있었다.
인천공항 입국 후 본인이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하여,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하여 의사환자로 분류됐다.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 후, 인천의료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됐다.
방역당국은 검역 체계 과정에서 구멍이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A씨는 입국 후 공항에서 신속 격리했지만 B씨는 입국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B씨는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없음’으로 표기, 허위 신고를 해 검역장을 통과했다. 만약 B씨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하루 동안 대인 접촉해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질병청은 대책으로 원숭이두창 빈발 국가에 대한 발열기준을 높이고, 안내 문자를 강화해 신고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진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질병청도 한계를 인정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 주요 증상은 발열과 발진이다. 검역 단계에서 발열을 중심으로 살피고는 있지만 발진은 옷 밖으로 노출된 부위에 있지 않다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건강상태질문서로 자발적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를 드린다”면서 “잠복기에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에는 지역사회 의료기관을 통한 신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의료기관 정보 제공,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지역사회에 들어와있는데 아직 발견을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잠복기가 너무 길어서 검역소도 모르고 환자도 모르는 경우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입국자가 약간 증상이 있는데 허위 보고를 하는 경우는 일일이 다 잡아내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했다.
접촉자는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등 3단계로 분류하고, 고위험군은 21일간 격리된다. 고위험군은 확진자 증상발현 21일 이내 접촉한 동거인이나 성접촉자 등이다. 저위험군은 확진자와 원거리에서 단순 접촉한 사람, 중위험군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 등이다.
현재 확진자가 타고 왔던 비행기에 탑승했던 인원 중 앞뒤, 좌우 내지 대각선에 앉은 이들은 중위험 접촉자로 분류됐다. 방역당국은 이들에 대해 능동감시를 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해당 환자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추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많다.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는 건 처음부터 시간문제였다”면서도 “영유아나 면역저하자가 아니라면 걸린다고 해도 대부분 자유 치유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3세대 백신을 빨리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유럽처럼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데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지난 15일 기준, 42개국 2103명이 확진됐다.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초 1·2 ‘체육 분리’ 거세지는 교육현장 반발…교육과정 개정 진통 예상
- ‘라인 지분매각’ 네이버 압박한 日…정부 “韓기업 차별 안 돼”
- 이준석 “전당대회서 특정 후보 지지·반대 없이 표 행사할 것”
- “무술감독서 연출가로…덕분에 ‘범죄도시4’도 달라졌죠”
- 개청 한 달 남은 우주청…남은 과업 속도 붙을까
- 고개 숙인 황선홍…“전적으로 감독 책임…대표팀 시스템 바뀌어야”
- 하마스 “이스라엘 휴전협상 입장 검토 중”
- 올리브영이 선도하는 K-뷰티…홍대에 생긴 ‘뷰티 거점’
- 주유소 기름값 계속 올라…“다음주에도 약한 상승세”
- 의결 앞둔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우리은행 안건조정이 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