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결국 뚫렸다.."검역 한계" 인정한 질병청

정진용 2022. 6.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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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입국한 내국인 첫 확진자
피부 병변 있었지만 검역소 통과
"긴 잠복기 탓 완벽히 거르지 못해..과다한 불안 경계해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원숭이두창 국내 환자 발생 상황과 검사 결과, 대응조치 등을 설명한 뒤 이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두창 계열의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왔다.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두번째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잠복기가 3주로 긴데다, 피부 병변이 신체 노출 부위에 있지 않으면 사실상 검역 단계에서 완전히 차단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입국자 자발적 신고와 지역사회 내 의료기관 확인과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22일 국내에 입국한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 2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질환에 대한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해 발령했다. 

질병청이 유전자검출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분석을 실시한 결과, 독일에서 귀국한 내국인 A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4시경 귀국했다. 입국 전인 지난 18일에 두통 증상을 시작으로, 입국 당시 미열(37.0℃),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 및 피부병변이 있었다.

인천공항 입국 후 본인이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하여,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하여 의사환자로 분류됐다.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 후, 인천의료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됐다.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입국해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신고됐던 외국인 B씨는 수두로 판정됐다. B씨는 지난 19일부터 인후통, 림프절 병증 등 전신증상과 함께 수포성 피부병변 증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21일 오전 부산 소재 병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내원했다. 병원 측은 같은날 오후 4시, 원숭이두창 의심사례로 신고했다.
지난달 13일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시민이 탑승 수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방역당국은 검역 체계 과정에서 구멍이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A씨는 입국 후 공항에서 신속 격리했지만 B씨는 입국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B씨는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없음’으로 표기, 허위 신고를 해 검역장을 통과했다. 만약 B씨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하루 동안 대인 접촉해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질병청은 대책으로 원숭이두창 빈발 국가에 대한 발열기준을 높이고, 안내 문자를 강화해 신고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진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질병청도 한계를 인정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 주요 증상은 발열과 발진이다. 검역 단계에서 발열을 중심으로 살피고는 있지만 발진은 옷 밖으로 노출된 부위에 있지 않다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건강상태질문서로 자발적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를 드린다”면서 “잠복기에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에는 지역사회 의료기관을 통한 신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의료기관 정보 제공,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지역사회에 들어와있는데 아직 발견을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잠복기가 너무 길어서 검역소도 모르고 환자도 모르는 경우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입국자가 약간 증상이 있는데 허위 보고를 하는 경우는 일일이 다 잡아내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너무 과한 불안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피부 병변이라는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어서 확진자가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전파를 시킬 가능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보다는 떨어진다”면서 “또 유럽 국가에서 1000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지만 아직 원숭이두창으로 인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치명률과 전파력이 확실히 낮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   한국과학기자협회
질병청은 국내 활용 가능한 치료제(시도포비어, 백시니아면역글로불린, 총 100명 분)를 의료기관에 필요시 배포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원숭이두창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인 테코비리마트(경구) 500명분은 7월 중 국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예방접종은 환자 접촉자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희망자들에게 접종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접촉자는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등 3단계로 분류하고, 고위험군은 21일간 격리된다. 고위험군은 확진자 증상발현 21일 이내 접촉한 동거인이나 성접촉자 등이다. 저위험군은 확진자와 원거리에서 단순 접촉한 사람, 중위험군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 등이다.

현재 확진자가 타고 왔던 비행기에 탑승했던 인원 중 앞뒤, 좌우 내지 대각선에 앉은 이들은 중위험 접촉자로 분류됐다. 방역당국은 이들에 대해 능동감시를 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해당 환자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추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많다.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는 건 처음부터 시간문제였다”면서도 “영유아나 면역저하자가 아니라면 걸린다고 해도 대부분 자유 치유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3세대 백신을 빨리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유럽처럼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데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지난 15일 기준, 42개국 2103명이 확진됐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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