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사직썰㊳] 자두와 살구의 '환상의 조합'..플럼코트 성공기

배군득 2022. 6.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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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품종으로 농가 이익 실현
하모니・심포니 등 4종 보급
맛・영양 등 여름철 과일로 최고
자두와 살구의 장점만 따서 탄생한 플럼코트가 수확기를 앞두고 먹음직 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여름철 대표 과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복숭아, 수박 등이 있지. 이 가운데 자두는 복숭아와 함께 딱 여름철에만 나는 귀한 과일이야. 자두에서 터지는 육즙은 더운 여름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지. 살구는 새콤달콤한 맛이 미각을 자극해. 씨도 고르기 쉽고 먹기도 좋아. 그런데 병에 자주 걸려서 요즘 살구 농가들은 재배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래. 그래서 고민 끝에 탄생한 과일이 바로 ‘플럼코트’야. 자두의 상큼함과 살구의 달달함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과일이지. 올 여름은 플럼코트와 함께 무더위를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플럼코트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과일이다. 자두처럼 생긴 것이 살구와 닮았다. 식감은 자두보다는 살구에 가깝다. 마치 작은 천도복숭아를 먹는 느낌까지 든다. 자두를 모체로 살구를 접목해 만든 것이 바로 플럼코트다.


이미 살구 농가에서는 고소득 기능성 작물로 입소문이 난 플럼코트다. 지자체 보급 농가의 성공담이 퍼지면서 귀농인과 작목 전환 농가들도 도전적으로 플럼코트 재배에 나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처음 플럼코트 ‘하모니’를 보급한 2012년 20ha에 불과하던 플럼코트 재배면적은 2018년 133ha, 지난해 200ha를 찍으며 수직 상승 중이다.


이주현 농업연구사가 플럼코트 중 하모니 발육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시행착오 겪은 플럼코트…농진청 ‘어벤져스’로 정면돌파

그러나 신품종의 농가현장 초기 정착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결실불량・낙과와 유통 중 부패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여기에 판매처 확보의 어려움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현장에서는 ‘재배기술이 정착되지 않은 신품종을 무리하게 보급했다’는 볼멘소리로 이어졌다.


농진청은 이같은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발빠르게 문재해결에 나섰다. 플럼코트를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 농진청에서는 과수과, 기술보급과, 저장유통과, 기술지원과, 원예특작환경과 등 브레인들이 총동원됐다. 이른바 농진천 ‘어벤져스’가 탄생된 것이다.


이들 원팀은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패키징 기술 지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품종의 재배, 병해충, 수확, 유통 마케팅 등 종합적인 현장 문제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밀착 지원을 했다.


또 과학적 연구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섰다. 재배 부적합지역 안내, 충분한 수분수의 재식, 수확과 저장 기술, 재배 기술 홍보 등이 대표적 사례다. 끊임없는 소통과 신뢰로 현장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문제점들이 점차 해결되는 성과를 냈다.


이주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과수과 농업연구사는 “보급 초기에 농민의 눈물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과일이 플럼코트였다”며 “그러나 여러 팀의 협업과 노력으로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완주군 플럼코트 직거래장터는 ‘자두와 살구의 장점만 가졌다’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완주군 직거래장터와 거래하는 한 농가는 조수익의 70% 순소득(890만원/ha)을 창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6월 완주군청에서 열린 소비자 만족도 조사(응답패널 156명)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쏟아졌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플럼코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소비자가 43.6%였다. 외형에서는 색에 대한 만족도가 71.2%로 상당히 높았다.


맛에 대한 만족도 역시 69.9%, 자두와 살구를 합친 맛이라는 응답자도 64.7%가 나왔다. 품종은 하모니 선호도가 월등했다. 시장성을 묻는 질문에는 73.1%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속이 붉은 보석과 같아 지어진 티파니. 플럼코트 4개 품종 중 유일하게 속이 빨간 품종이다. 맛은 자두보다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배군득 기자

◆초여름을 지배하는 플럼코트 사총사…하모니・티파니・심포니・샤이니

자두와 살구의 종간교잡으로 탄생한 플럼코트는 시작부터 농가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7년 맏형 하모니를 시작으로 2014년 육성이 시작된 막내 샤이니까지 다양한 맛과 특징을 지녔다.


특히 귀에 쏙 들어오는 작명 센스까지 청각, 시각, 미각을 겨냥한 플럼코트만의 장점이다. 처음 플럼코트를 개발 당시 자두와 살구의 조합이라는 연상어로 조화를 의미하는 ‘하모니’로 명명한 뒤 이후 육성되는 품종의 단어와 끝말 등을 맞춰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편하게 만들었다.


이 연구사는 “처음 개발 당시에는 교잡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모니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이후 품종은 부르기도 편하고 맛에 대한 연상도 할 수 있도록 세글자와 끝말을 같게 맞췄다”며 “각자 이름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하모니는 완숙이 되면 살구에 가까운 노란색이다. 막내 샤이니는 가장 작고 블링블링한 자태를 뽐낸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맏형인 하모니가 4개 품종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아무래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안착한 품종인데다, 살구 농가에서 가장 살구와 비슷한 품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구의 달콤함과 자두의 향기로움을 동시에 맛보고 싶다면 하모니가 제격이다.


2010년생인 티파니는 이들 중 가장 붉다. 고기능성에 속이 보석 같이 붉어서 티파니로 지었다. 당도는 14.5°Bx(브릭스)로 하모니(14.0°Bx)보다 더 높다. 속이 빨간 적육계 품종으로 항산화물질 함량이 품부하다. 표면도 맨질맨질한 자두보다 약간 솜털 느낌이 나는 것이 마치 작은 천도복숭아를 연상케 한다.


2012년 육성이 시작된 심포니는 4개 품종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크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비유해 지어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2014년생 막내 샤이니는 심포니와 달리 가장 작다. 블링블링하게 생겨서 귀여움 그 자체다. 품종 육성은 이뤄졌지만 아직 농가에 보급되는 규모는 많지 않다.


이 연구원은 “플럼코트 육성은 핵과류 재배면적・생산액 증가로 신품종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살구 개화기 서리피해, 열과 극복 및 수확기 확대를 위한 종간교잡이 절실해진 부분이 연구를 시작한 이유”라고 소개했다.


플럼코트 맏형 하모니는 농가에 안착한 고부가가치 과일로 인식되고 있다. ⓒ배군득 기자

◆1~2일 숙성 후 맛 좋아…플럼코트의 매력에 빠지다

플럼코트는 최근 전남 나주, 순천, 경북 영천 등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처음에는 살구 농가를 중심으로 재배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자두 농가에서도 플럼코트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4개 품종의 숙기 시기는 완주군을 기준으로 하모니 6월 25일, 티파니 6월 27일, 심포니 7월 3일, 샤이니 6월 22일이다. 하모니는 열과율 감소로 재배 편리성이 향상됐다. 항산화물질 증대로 기능성도 좋다. 과피의 표피세포층이 두껍고 조직이 치밀해 열과 발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모니는 꽃가루가 없어 개화기가 비슷한 살구 품종을 혼식해야 한다. 또 개화기때 저온이 지속되면 결실 안정을 위해 인공수분을 해줘야 한다. 상온 유통을 고려해 과피 착색이 30% 정도 진행되면 분산 수확하고 상온에서 1~2일 후숙 후 약간 말랑한 상태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티파니는 수확 전 낙과가 적고 상온 저장성이 좋아 상품과율이 높다. 과육과 씨앗이 쉽게 분리되는 이핵성으로 간편 소비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모니와 달리 상온 유통시 과피 착색 70% 정도에서 분산 수확한다.


심포니는 숙기가 가장 늦은 7월이다. 다른 품종이 80g대 무게인데 반해 심포니는 과중이 무려 120g이나 나간다. 완숙 전 산미가 낮아 맛이 좋고 수확시기 조절이 수월하다. 열매 꼭지가 길어 수확 전 낙과가 적고 상온 저장성이 우수해 유통 과정에서 잇점이 있다.


샤이니는 완숙 전 신맛이 적도 당도(16°Bx)가 4개 품종 중 가장 높다. 여기에 자두와 가장 가까운 붉은색 착색이 잘 돼 외관이 수려하다. 저온저장에도 고당도를 유지하고 상온 유통 시 품질변화가 적어 청량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플럼코트는 유전적으로 자두가 50%, 살구가 50% 섞여 있다. 국내외 핵과류 종간교잡 육종의 역사를 보면 미국에서는 1980년대 상업적인 자두와 살구간 종간교잡 육종이 시작됐다. 이후 1990년대 초부터 민간 육종회사인 자이거 제네틱스가 집중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풍부한 맛과 기능성으로 오리지널 자두, 살구보다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1999년 처음으로 자두와 살구간 종간교잡육종을 했다.


이 연구사는 “플럼코트는 자두와 살구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기능성 과일로 알려진 블루베리처럼 다른 과종에 비해 페놀 및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산화물질 함량이 월등히 높은 장점이 있다”며 “다른 과수에 비해 재배 노동력이 적게 들고, 결실기에 도달하는 기간이 약 3년 정도로 짧아 자본 회수가 비교적 빠르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이어 “최근 플럼코트 재식 면적이 증가하면서 문제 되는 점은 물 빠짐이 나쁜 땅에 나무를 심어 나무가 죽거나 크게 자라는 나무의 성질을 무시하고 너무 좁게 심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라며 “플럼코트는 꽃이 일찍 개화하기 때문에 개화시기에 저온 또는 서리 피해로 착과량이 현저히 감소할 수 도 있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해 신규 재식 및 재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월 30일 [新농사직썰㊴]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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