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앙일보

유류세 37% 깎아도 체감 힘든 이유..'교통세'가 약속 어겼다

조현숙 입력 2022. 06. 23. 07:00 수정 2022. 06. 23. 18:05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30%→37%→50%.

여기저기서 유류세를 깎아준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난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30%인) 유류세 인하 폭을 7월부터 연말까지 법상 허용된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사흘 만인 21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37% (유류세 인하)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최소한 50%까지는 해야 한다”며 판을 키웠다.

한 시민이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화면 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요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유류세를 더 낮추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하긴 어렵다. 기름값이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전국 휘발유 평균 소매가격은 L당 2119.53원, 경유는 2132.27원에 이른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기 직전인 올해 4월 말과 비교해 오히려 L당 200원가량 올랐다.

국제유가가 급하게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희석된 지 오래다. 유류세 인하 폭을 37% 또는 50%로 확대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세가 잦아들지 않는 한 제 효과를 내긴 힘들다. ‘묻고 더블로’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유류세 인하 경쟁을 두고 생색내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고유가 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판박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유류세 탄력세율(정부 권한으로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을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운만 떼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정부와 국회 행태는 10여 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지금처럼 유가가 급등할 때만 반짝 세금을 낮추며 생색내기만 할 뿐이다. 막대한 돈을 유류세로 거둬가면서 정작 세제 개편은 외면하고 있다.

유류세는 유류에 붙는 세금을 뭉뚱그린 말이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가치세(10%)로 구성된다. 유종에 따라 개별소비세, 판매부과금이 추가되기도 한다.

교통세는 1994년 도로ㆍ철도 등 교통시설 확충 목적으로 만든 10년 한시 세금이었다. 그런데 폐지는커녕 이후 덩치만 불었다. 교통세는 금액이 아닌 물량에 따라 매겨지는 세금(종량세)이다. L당 얼마씩 부과되기 때문에 유가가 내리든 말든 석유ㆍ가스 소비량이 늘면 자동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교통세 수입만 16조5984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액으로 처음 16조원을 넘어섰다. 단일 세목으로는 3대 세목인 소득세ㆍ법인세ㆍ부가세 바로 다음으로 교통세 수입이 많다. 교통세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교육세ㆍ주행세ㆍ부가세ㆍ개별소비세ㆍ판매부과금까지 따지면 유류 관련 세수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유류세 전면 개편에 소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세제 개편 과정에서의 여론 반발, 세수 감소 우려 등 계산이 깔려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직후부터 탄소세 도입 등 에너지 세제 개편을 주장했지만 제대로 추진도 못하고 임기를 끝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다를 게 없다. 유류세 한시 인하로 생색만 낼 뿐 에너지 세제 개편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교통ㆍ교육 등 명목의 유류세는 대거 거둬가는 기형적 구도는 그대로다. 도로ㆍ철도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졌고, 저출산에 교육 예산 부족을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말이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석유ㆍ가스 소비가 많은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도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류 가격이 올라가며 국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교통세같이 목적을 달성한 세금은 그만 걷고 신재생, 기후변화 등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 맞춰 관련 세제를 전면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