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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다" 전 세계로 영토 넓히는 K제약·바이오

미국(샌디에이고)=김명지 기자 입력 2022. 06. 23. 11:01 수정 2022. 06. 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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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 글로벌 무대 본격 진출
255개 韓 기업, 바이오USA 참여 '역대 최대'
국내 제약사 하루 수십개 비즈니스 미팅
해외 법인 세우고 주요 파이프라인 해외 임상
사진은 2018년 바이오USA 행사장 전경. 2018.6.6/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K제약·바이오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3~16일(현지 시각) 열린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은 높아진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보여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박람회에 65개국 3200여개 업체 사람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만 255개 기업이 등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단독 부스를 차려 직접 홍보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위탁생산개발(CDMO) 대기업은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글로벌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열었다.

바이오USA 현장에서 가장 돋보였던 곳은 위탁생산(CMO) 역량 세계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였다. 단일부스로는 최대 규모(140㎡)에 컨벤션센터 B출입구에서 메인 섹션으로 가는 길목에 부스를 차려, 행사에 참석한 사람은 이 회사 부스를 한번은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첫날에는 이 회사 부스를 보려는 참석자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기자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우리 경쟁력은 속도다”라며 “(인천 송도 4공장의 경우) 다른 회사가 4년 걸려 지을 것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비법 전수로 2년 만에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CMO 시장이 커질수록 속도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신약이 개발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먼저 CDMO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K제약사,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신호탄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CDMO 업체들이 독립 부스에서 위용을 드러냈고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사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물밑에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하루 수십개에 달하는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현장에서 만난 임지선 JW중외제약 사업개발팀장은 “지난 2020년 통풍치료제를 기술수출한 중국 제약사를 가장 처음 만난 행사가 바이오USA였다”라며 “이번 행사에서 계약(딜)이 곧바로 성사되는 건 아니지만,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날 열리는 비즈니스 미팅은 기술 수출의 발판이 될 씨앗을 뿌리는 활동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주최 측이 공개한 명단을 보면 국내 제약사 관계자 8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유한양행에서 15명, 대웅제약 12명, SK바이오팜 12명, 한미약품그룹 11명이 참석했다. 보령과 GC녹십자도 각각 7명, SK케미칼 5명, 종근당(계열사 포함) 4명, JW중외제약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현대약품, 코오롱제약, 동아제약의 에스티팜 등에서도 각각 1명이 참석했다. 보령은 장두현 대표가 직접 참석해 현장을 누볐다. SK의 경우에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로 부스를 차린 SK팜테코까지 수십여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한 제약사 임원은 “10년 넘게 이 행사를 참석해 왔지만, 국내 제약사에서 이 정도까지 많은 숫자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오랜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참석율이 높은 것은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해외법인 세우고 신약 해외 임상 속속 돌입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제약사 사이에서도 ‘국내에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라며 “올해 바이오USA가 국내 제약사들의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 미국 법인을 세우는 등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미국법인(유한USA)을 세우고 미국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열었다. GC녹십자는 지난 201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아티바 테라퓨틱스를 세웠다. 아티바는 올해 나스닥시장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 미국 보스턴 캠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지원하는 한국바이오혁신센터를 열었다. 보스턴 CIC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 2020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관으로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등 국내제약사 10여곳이 CIC에 입주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 속속 해외 임상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개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얀센에 수출돼 임상 3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종근당이 개발하는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인 ‘CKD-510′은 유럽 임상 1상을 마치고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다.

CMT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운동감각신경이 손상돼 보행은 물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인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CKD-510 임상 1상 결과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미엽 종근당 연구개발이사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의 신약과제에 갖고 있는 관심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중국 빠진 지금이 K제약·바이오에 절호의 기회”

그동안 바이오USA가 국내 제약사들에 자사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인 행사였다면, 올해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장으로도 확대됐다. 일부 제약사들은 연구 분야별 전문가를 구분해서 주요 후보물질을 검토했다고 한다.

오세웅 유한양행 소장은 “올해 바이오USA를 참여한 주요한 이유가 해외의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가진 양질의 회사와 미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오는 2026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5828억달러(약 76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이은현

국내외 바이오벤처 등에 투자하는 국내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도 이날 현장에서 여럿 목격됐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큰손으로 통하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종근당의 벤처 캐피탈인 CDK창업투자, 유안타증권 등도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올해 행사에 중국 제약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M&A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인수 가격을 부풀리는 주범으로 꼽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황 대표는 “보수적인 문화의 한국 기업과 달리 미국의 바이오텍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때문에, 위기에도 매우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올해 하반기쯤 되면, 기술력 있는 해외 바이오텍을 (국내 대기업이) 반값에 사들일 기회가 올 수도 있는데,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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