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개미, 빚까지 내서 삼성전자 '올인'..6월 하락장서 3조 쓸어담았다

노자운 기자 2022. 6. 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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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전자' 현실 되자 신용융자 끌어다 대량 매수
증권가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5만7000원대까지 떨어지며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로 인식하고 대량 매수에 들어갔다. 이달 들어서만 3조2000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 융자까지 동원해가며 매수세를 계속 늘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7만5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도 있다. 이 같은 목표가 하향 조정은 긴축 등 매크로(거시) 환경의 악화뿐 아니라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상황인데, 영업이익 전망치가 14조원대 초반까지 내려가며 공포 심리를 키우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1월엔 ‘네·카’도 골고루 담았으나…삼성전자 융자잔고 7500억 육박

23일 조선비즈는 올 들어 우리 증시의 급락이 나타났던 두 번, 1월과 6월 하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패턴을 살펴봤다. 1월 하락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 부근에서 2600대 초반으로, 6월 장에서는 2700선 부근에서 2300대로 급락했다.

두 번의 급락장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삼성전자 주가 레벨의 하락 조정이다. 1월에는 8만원선 부근에서 7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며, 6월 장에서는 6만원대 후반에서 5만원대로 급락했다.

반면 6월 하락장에서만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은 개인의 매수세가 유독 삼성전자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의 삼성전자 누적 순매수액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2위 SK하이닉스(3200억원)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1월에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를 나란히 1조원어치 이상 사들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융자까지 끌어다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신용융자 거래란 개인 투자자가 일부는 자기 자금으로,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받은 대출금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신용융자를 통해 주식을 산 사람은 담보유지비율(자산 평가액을 대출금으로 나눈 값)을 유지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에 대해 140%의 담보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보유 주식의 가치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을 하한가에 강제 처분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투자자들은 보통 하락장에서 신용융자를 갚아 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융자를 지나치게 늘릴 경우 반대매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개인의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는 1200만주에 육박한다. 즉,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이 1200만주에 달한다는 뜻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500억원어치다. 이는 3개월 전(850만주, 5800억원)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그래픽=손민균

◇ 증권가 “2분기 가전 실적 악화”…목표가 줄줄이 하향 조정

이처럼 개인이 6월 들어 삼성전자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현 주가를 저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27% 하락한 상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올 들어 41%나 폭락했으며, 대만 TSMC는 22% 내렸다. 국내 시총 3위 종목인 SK하이닉스도 올해 들어 28% 넘게 하락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10만전자’를 바라보던 삼성전자를 ‘5만전자’까지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의 물량 폭탄이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삼성전자 주식을 3조원어치 팔았다. 올해 누적 순매도액은 8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를 지속함에 따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는 2016년 4월 이후 약 6년 만의 일이다.

국내 증권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사흘 간 8개 증권사가 내놓은 삼성전자 리포트를 보면, 이들은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최대 23.5%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9만8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내린 SK증권의 조정 폭이 가장 컸다. BN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도 7만원대 목표가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전망치를 대부분 16조원대에서 15조원대로 하향 조정했으며, 일부 증권사는 14조원대 초반까지 내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크로 불안에 따른 스마트폰, TV 출하량 증가세 둔화로 모바일경험(MX) 및 소비자가전(CE) 부문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특히 MX 사업부는 출하 감소와 부품 가격 및 미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실적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모바일 부문은 2분기에 실적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나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소비경기 둔화의 여파로 중저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급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을 6200만대로 추산했다. 전 분기보다 16%나 줄어든 규모다.

반도체 부문의 하반기 실적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2분기에 양호하게 나타난 후 하반기 들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디램(DRAM) 가격이 3분기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중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으나, 글로벌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로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반도체 장비의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이며, 이 같은 상황은 2분기 이후에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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