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철거하러 독일 가는 한국인..독일인도 이해 못 해"

이윤주 입력 2022. 6.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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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극우 인사들이 25일부터 3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 등을 개최할 것이라고 지난 14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극우단체 반발에도 올해 9월까지 소녀상을 그대로 두기로 한 베를린 미테구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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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청산연대 등장에 독일인도 교민도 놀라" 
"역사왜곡에 단호한 독일..이들에게 마이크 안 줄 것"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청은 지난해 9월 2일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소녀상이 미테구 모아비트지역 비르켄가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특별허가를 내년 9월 28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지난달 17일 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독일 미테구 모아비트지역에 설치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베를린=연합뉴스

국내 극우 인사들이 25일부터 3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 등을 개최할 것이라고 지난 14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극우단체 반발에도 올해 9월까지 소녀상을 그대로 두기로 한 베를린 미테구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셈. 이에 23일 코리아협의회 등 소녀상 독일 설치를 추진했던 재독시민단체들은 이 기간 평화시위를 열며 이들의 역사 왜곡 행위를 알린다고 밝혔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극우 인사들이 소녀상 철거를 위해 독일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테구 공무원도) 처음에 믿을 수가 없다며 '이 그룹을 아느냐'고 묻더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2020년 9월 25일 애초 베를린 미테구에 1년 기한으로 설치됐다. 일본 정부가 독일 측에 철거를 요구하면서 미테구는 설치 2주 만에 철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 철거 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법정 투쟁에 나서고 비판 여론까지 일자, 미테구는 존치 결정을 내렸다. 미테구는 지난해 구청 도시공간 예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설치 기한을 올해 9월 28일까지 1년 연장키로 했다. 한 대표는 "미테구의회가 그저께 (소녀상) 영구 조치안을 통과시켜 미테구청의 입장을 기다리던 상황"이라며 "지난 2년간 일본 극우들이 (미테구청 공무원에게) 악성 메일을 보냈는데, 지금은 한국 보수단체들도 그런 메일을 보내고 있어 구청에서 굉장히 난감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케이 보도에 따르면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 이우연 낙성대연구소 연구위원 등은 '위안부 사기 청산연대'라는 단체를 올해 1월 결성했다. 방독 기간 베를린의 미테구 당국자와 베를린 시의회에 성명서와 의견서를 제출하고, 현지 기자회견을 추진한다. 소녀상 근처에서 철거 시위도 예정됐다.

독일 현지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한 대표는 "다들(독일인들이)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다고 해서 '이게 식민지 지배의 잔해'라고 하면 조금 이해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역사 왜곡하는 사람이라고 (독일 공무원들에게) 알려드린 적 있다"며 "극우들이 (독일 공무원들을) 만나고자 하는데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교민들도 "그런 극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란 상태"다.


역사왜곡하는 단체에 '마이크' 주면 안 돼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2019년 8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권의 일본정부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양차대전의 '원죄'를 가진 독일은 역사왜곡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애초에 이들에게 '마이크'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미 1990년도부터 홀로코스트 기념비 앞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을 특별하게 금지하고 있다"면서 "내용에 따라서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는 거고 벌금을 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소녀상 같은 상징물 앞에서 유튜브 중계하면서 후원 계좌 열고 이런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가능하지 않다. 홀로코스트 왜곡과 홀로코스트 기념비 앞에서 생존자 모독행위는 절대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한 대표가 속한 코리아협의회도 이들에게 마이크를 줄 생각은 없다. 그는 "(청산연대가) 저희와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저희가 응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국에서도 베를린 소녀상 존치에 힘을 보태달라고도 요청했다. 한 대표는 "정의기억연대에서 30일까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 서명을 받고 있다. 꼭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미테구청에) 소녀상 존치를 부탁하는 손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이메일을 보내면 업무에 방해되니 손편지를 부탁드린다"고 제안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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